국내 증시가 역대급 침체를 맞고 있는 반면 주요 증권사 3분기 실적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고 금리인하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운용 이익이 크게 늘면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NH투자, 삼성, 키움)의 3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2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5% 증가했다. 이는 당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예상치 평균) 1조717억원을 약 14% 웃돈 규모다.
증권사별 순이익 규모는 한국투자증권이 3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1% 늘면서 누적 3분기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 수익이 7% 증가했다. 국내는 6% 줄었지만 거래대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해외주식 거래에서 56%나 급증한 결과다.
또한 3분기 순이익이 삼성증권은 2403억원으로 59.1%, 키움증권은 2117억원으로 4.4%, 미래에셋증권은 2921억원으로 276.2%, NH투자증권은 1539억원으로 52.7% 각각 증가했다. 특히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더 많이 보유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와 148% 증가했다.
올 3분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한 반면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000억원으로 80% 증가한 영향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도 지난 7일 기준 1013억6570만달러(약 141조7295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발목을 잡고 있던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줄어든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운용 이익 증가와 달러채 환차익 등으로 운용손익에 호조세를 맞이한 것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7~8월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관련 운용·평가 이익 발생했고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 호실적의 배경"이라며 "특히 부동산PF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감액손실 처리는 이제 거의 마무리된 국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올 4분기에도 주요 증권사들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식시장 활성화와 채권 평가이익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PF 관련 충당금 부담도 현저히 줄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의 신규사업 진출과 기업금융(IB)을 통한 상품 공급,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로 경쟁력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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