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올해 들어서만 약 35조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된 지 10개월 만에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전 세계 ETF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자금은 더 몰려드는 추세다.
○올해 출시 ETF 중 자산 1위
12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 현물 비트코인 ETF에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순유입된 금액은 약 250억7200만달러(약 34조6219억원)에 달했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이 250억9690만달러로 가장 자금 유입량이 많았다.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FBTC·106억980만달러) '아크 21셰어즈 비트코인'(ARKB·28억431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암호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최근 들어서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기대에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에만 약 8억7000만달러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들어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연초 이후 하루 기준 세번째로 많은 유입액이다. 지난달 유입 자금도 50억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된 지난 6일에는 6억2190만달러가 들어왔다.
암호화폐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비트코인 현물 ETF는 ETF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IBIT의 운용자산은 지난달 29일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출시 293일 만으로, 이전 300억달러 돌파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전 기록은 출시 1272일 만에 300억달러선을 넘어선 'JP모간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이다. IBIT은 올해 출시된 ETF 중 운용자산 1위다.
○뒤쳐지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후 비트코인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로 기관과 법인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주 수요층인데, 이들이 ETF를 대거 사들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투자수익도 불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주총회 안건으로 비트코인 투자가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전망도 밝다. 비트코인이 2억원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터드(SC)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까지 20만달러(약 2억7600만원)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한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현물 ETF의 중개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은 0%대에 머물고 있다. 한때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증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 높은 수준의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선 거래량이 해외에 비해 저조하면서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이 저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이민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X)를 올 들어 지난달까지 3억6646만달러어치 사들였다.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ETF 등 관련 ETF에 투자하고자 하는 억눌린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은 점점 더 개인에서 기관과 법인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현물 ETF가 금지돼 암호화폐 산업이 위축되고 해외로의 자금 유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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