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칼부림 협박까지 받아야 하나요"…원성 터진 동덕여대 [현장+]

입력 2024-11-12 20:03   수정 2024-11-12 20:38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건데 우리가 왜 칼부림 협박까지 받아야 합니까."

12일 오후 4시께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만난 재학생 최모(23) 씨는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최 씨는 "오늘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칼부림 예고글이 퍼졌다"며 "이 상황이 너무 위협적이고 불안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방금도 교문 앞에서 취재진이 아닌 남성 외부인이 출입해 몰래 사진을 찍고 이상한 말을 해서 내쫓았고, 오늘 교직원들이 벽돌 들고 우릴 위협한 일도 있었다"며 "폭력적인 건 우리가 아니라 재학생을 위협한 외부인과 교직원"이라며 규탄했다.

이날 오후 동덕여대 본관 앞 구령대에는 6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공학 전환 논의 전면 철회 등 요구 사항을 내걸고 총장을 포함한 학교 측을 향해 반발하고 나섰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구령대 앞 600명을 포함해 백주년 기념관 지하 등 교내 전역에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어 최소 1500여명의 학생들이 교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오후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재학생들의 시위를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표해, 학생과 학교 측 대치 국면은 점점 더 악화하는 모습이었다.
외부인 대치 소동까지 벌어져

이날 4시께 교문 앞에서는 한 남성 외부인과 학생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학생들이 모여 외부인을 막아서자 남성은 "취재진들도 다 남잔데 왜 나는 들어가면 안되냐"며 교문 앞에서 대치했다.

재학생들이 특히 외부인에 민감했던 건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칼부림 예고글이 등장한 탓이다. 경찰이 출동해 남성이 물러나면서 소동은 마무리됐으나 재학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재학생들은 교정 내부 도로나 건물 벽면에 라카 스프레이로 요구사항을 새기고, 손팻말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과잠을 도로에 펼쳐두는 '과잠 시위'에는 수백명이 참여해 과잠이 이날 오후 본관 앞을 전부 메웠다. 발디딜틈 조차 없었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공학 전환 결사 반대', '민주 동덕은 죽었다', '난 동덕이라 온 게 아니라 여대라 왔다' 등의 포스터, 쪽지, 문구 등이 적혀 있었다. 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업은 전면 거부됐다. 본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건물은 학생들이 내부에서 점거하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본관 인근서 만난 20대 재학생 김모 씨는 "여대가 불만이라면 차라리 남대를 만들어라"라며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립 학교인데 학생들 의견도 묻지 않고 은근슬쩍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논의해보려 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분노케 했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비슷한 성적대의 대학 중 '여대라서' 동덕여대를 택한 재학생도 있었다. 재학생 박모(21) 씨는 "공학 대학교들에선 딥페이크, 몰카 범죄가 아직도 판치고 있고 공학 대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별 범죄부터 시작해 여성에게 도를 넘는 행동을 하고 논란으로 불거지는 경우가 숱하다"며 "부모님도 나를 여대에 진학시키고 안심하셨고, 나도 지금까지 만족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갑자기 공학으로 전환된다면 입시 사기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현 사태가 젠더 갈등만으로 불거졌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재학생 이모(22) 씨는 "공학 전환 논의는 방아쇠가 됐을 뿐"이라며 "재학생들 사이에서 학교 측에 대해 꾸준히 불만이 제기돼왔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시설 낙후, 각종 비리 의혹 등이 판치는 상황에서 공학 전환 논의까지 제멋대로 하니 학생들이 들고일어난 것. 핵심은 학교 측과의 불통에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총장 직선제 도입, 남자 외국인 유학생 수용 협의 등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학생회를 포함한 재학생들은 해가 완전히 졌는데도 구령대 앞에 모여 "학교가 우리를 만만하게 본다.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 총장님과의 면담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요구사항 들어줄 때까지 안 물러설 것"

공학 전환 논의가 전면 철회될 때까지 수업 거부는 물론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학생 측의 입장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각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등이 모여 총력대응위원회를 발족했고, 단체 행동을 잇고 있다.

동덕여대는 이날 오후 총장 이름으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남녀공학 전환 안건은 의견수렴절차를 거칠 예정이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다만 재학생들의 시위에 관련해선 "교내 폭력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포함하면 모두 14곳이다.

이날 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 등 인근 여대에도 단체 행동 움직임이 퍼지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난 1일 입학관리실에서 게시한 '2025학년도 전기 외국인 특별전형 신·편입학 모집 요강'을 통해 교내 국제학부 소속으로 외국인 남학생이 재학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남성 재학생 수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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