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번역가들 못지않게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출판사와 서점이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출판사가 없었다면, 전국 곳곳에서 책을 공급하는 서점이 없었다면 한강은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출판시장은 최근 단군 이후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독서율 하락은 출판사에 직격탄이 됐다. 영업 실적이 공개된 국내 출판사의 작년 총매출은 4조9336억원으로 10년 전(5조5147억원)에 비해 10.5% 줄었다.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은 70.1% 급감했다. 책 도매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동네 서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심지어 대형 서점마저도 경영난에 시달리며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도서의 수출 확대 정책도 삐걱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회계처리를 놓고 주최 측인 출판문화협회와 예산을 지원하는 문체부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다.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문체부와 출판문화협회가 따로 부스를 설치하는 혼선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하려던 출판문화협회의 계획은 문체부의 예산 지원 거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 문학 평론가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벼락같은 축복’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이런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출판산업의 건강한 성장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출판업계는 이제 해묵은 갈등은 접어두고 출판산업의 부활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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