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미·중 격돌 속 '새우' 되나

입력 2024-11-12 17:35   수정 2024-11-13 00:06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그다음 타격을 받을 아시아 국가는 한국입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교역량이 많은 한국은 무역 분열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미·중 격돌의 신냉전 격화로 한국은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미 한국의 등은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021년 1629억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에는 1248억달러로 줄었다. 올해 1~9월도 979억달러를 수출해 전년과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수출은 이미 2013년 1238억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0억달러까지 감소했다. 반도체 제외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범용기술 제품을 대거 양허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값싼 중국 제품이 한국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한 데 따른 것이다. 대중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2013년부터 감소했는데 그동안 반도체 수출 호조에 가려졌다. 2022년 이후 반도체의 대중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대중 수출 감소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반도체 대중 수출이 감소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산업 압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상 중요한 전략물자로 간주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방산에 사용할 수 있는 고기술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기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중간재의 대중 수출도 억제해 왔다. 중국에서 반도체공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결과 한국은 2023년 수출 부진으로 2022년 대비 통관 기준 7.4% 줄어든 6327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무역수지도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1~9월에는 대중 수출이 979억달러로 951억달러의 대미 수출을 근소하게 앞섰으나 2월, 3월, 4월, 6월에는 한국의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능가하기도 했다. 한국의 제1 수출시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대미 수출 증가폭이 대중 수출 감소폭을 만회할 만큼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국은 미국 내 생산을 우선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동원해 막대한 보조금으로 한국 주요 기업을 미국으로 유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글로벌 관세정책을 실행하면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 줄어들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7~0.2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 기조로 추락하는 한국 경제에 이 정도 성장률 하락은 일자리 4만~5만 개가 날아가는 큰 파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중 격돌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큰 피해를 안길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확대되지 않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서둘러 대미 통상 협상을 강화하고 국가 간 협력과 공조를 다져 나가는 한편 핵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 제3국 수출시장 개척, 내수 판매 확대 등 저성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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