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대폭 낮추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분기 성장률 쇼크(전 분기 대비 0.1%)가 발표된 뒤 올해 성장률을 2.4%에서 ‘2.2~2.3% 정도’로 낮춰 잡았는데, KDI는 그중 하단을 가리켰다. KDI는 내년엔 수출 증가율이 더 둔화할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췄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에 턱걸이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실물경제가 여의치 않으면 자산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증권시장 역시 여의치 않다. 지난 8월 5일 세계 증시가 갑자기 급락한 이후 코스피지수는 지난주까지 7.8% 하락해 전쟁 중인 러시아(-19.8%), 물가상승률이 50%에 이르는 튀르키예(-17.1%)에 이어 G20 국가 중 하락률이 세 번째로 높았다. 이번주 들어서도 속절없이 떨어져 심리적 마지노선인 2500선마저 무너졌다.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무역장벽을 세우면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정부가 연초부터 밸류업을 외치고 있지만 구호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다.
침체 위기에 빠진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 주체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주가도 오른다. 이를 위한 제도 정비와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이 주 52시간 근로제에 묶여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소송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법 개정과 밸류업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미국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법인세를 낮추고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친(親)기업 정책 덕분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기업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도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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