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정비·수리·운영(MRO) 프로젝트를 석 달 만에 다시 수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연 20조원에 이르는 미국 함정 MRO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이 MRO 시장을 발판 삼아 함정 건조 프로젝트 수주에도 본격 도전장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12일 발표했다. 1994년 3월에 취역한 유콘함은 전장 206m, 전폭 29.6m로 배수량은 약 3만1000t이다. 한화오션은 이 함정을 내년 4월까지 수리해 미국 해군에 다시 인도한다. 수주액은 수백억원대다.
한화오션은 올해 인도양·태평양 등이 주 무대인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가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수주했다. 8월엔 한국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시라함의 MRO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업계에선 트럼프 정부에서 한국이 미국 함정 정비·건조 사업의 최고 파트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이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여서다. 한때 414개였던 미국 내 조선소는 21개로 줄었고, 지난해 수주한 선박은 단 두 척뿐이었다. 이 기간 전 세계 수주 선박 1910척의 0.01%다. 이마저도 지역을 오가는 작업선 건조가 대부분이다.
미 해군의 전함대수(219척)가 중국(234척)보다 적은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군함 건조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군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견제에 한국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긴밀한 협력’을 말한 것”이라며 “한·미의 조선 동맹은 갈수록 단단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오션은 함정을 들어 올린 뒤 육상에서 수리할 예정이다. 3년치 일감이 꽉 찬 한화오션의 5개 독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선 건조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도 수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쟁사들은 독 부족을 고려해 이번 수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군함 건조에도 나선다.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에 따라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야 군함 수주를 할 수 있다. 한화는 이를 위해 필리조선소에 투자해 군함 건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모두 포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의 MRO 사업을 따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MRO 수주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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