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스리 운영사인 미소앤클라우드는 다음달 1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종료일을 기준으로 미스리 메신저와 대화방 전체가 사라집니다.
사측은 "1998년 서비스 출시 이후 고속성과 안정성, 대량 동시전송성 등 메신저의 사용성 확장에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해 왔다"며 "최근 더는 이용자분들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간 미스리메신저를 사랑해 준 이용자에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 인사와 종료에 대한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까지도 미스리 메신저를 사용했다는 경력 18년차의 한 증권사 홍보실 부장은 "Fn메신저(EzQ메신저)에 이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미스리마저 사라지다니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며 "신입사원 때부터 동기들과 정보 공유 창구로 활용했다. 미스리 때문에 울고 웃었던 날들이 많았지만 그 순기능이 여의도에 기여한 부분은 정말 컸다"고 말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여의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메신저의 끝을 보게 되다니 직원들과 너무 안타까워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투자 정보가 넘치는' 지금 메신저의 세대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업계 분위기가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며 "미스리·네이트온 등 증권 메신저가 더 익숙해서 카카오톡과 혼용해 왔는데, (서비스 종료로) 바뀐 채팅 환경에 적응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채권 파트에서는 업무 특성상 네이트온, 미스리 메신저를 쓰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마저도 우리는 최근 텔레그램으로 소통창구를 일원화했다"며 "업체와 투자자들이 텔레그램을 많이 써서 우리도 덩달아 텔레그램으로 주 채널을 옮기게 됐다. 미스리 메신저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지금의 상황에 온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스리는 받는 이를 그룹핑(모으기)해 주가 정보를 빠르고 대량으로 전달하는 게 필살기입니다. 인적사항을 넣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데다, 대화내용이 서버에 남지 않고 사용자 컴퓨터에서도 일정 한도를 초과하면 순차적으로 지워집니다. 지라시 최초 유포자들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인데요. 하지만 같은 이유로 주가조작을 노린 작전세력들의 도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스리는 존재감을 입증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용 메신저로서 차별화를 꾀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스리 실이용자 계정이 꾸준한 감소세를 거듭하던 끝에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 미스리 운영사인 미소앤클라우드 측은 전화가 닿지 않았습니다. 미스리 창립멤버이자 개발 총괄이었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이름이지만 미스리는 제 첫사랑에 대한 애칭이었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찾길 바랐는데 이용자 수가 줄어 여건이 어려웠던 듯하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 첫 문장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안녕'을 선언한 미스리의 뒷모습은 그를 사랑했던 수많은 여의도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될 겁니다. 모두에게 첫사랑이 그렇듯이요.
신민경/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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