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겼으니 더 사자"…한국서 8000억 '뭉칫돈' 몰린 곳

입력 2024-11-14 06:30   수정 2024-11-14 07:13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올해 들어서만 8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 증시 고평가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한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투자 매력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 40개의 운용 설정액은 1조838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8.5%(1조673억원)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에서 관련 펀드들에 830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평균 수익률은 6.21%로, 해외 채권형 펀드 전체(237개) 평균 수익률 1.26%보다 5배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투기 등급(신용등급 'BB' 이하)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만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펀드 중 '피델리티월지급식차이나하이일드'의 연초 후 수익률이 12.77%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신한MAN글로벌하이일드(10.07%)'가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렸고 '피델리티연금아시아하이일드(9.82%) '베어링월지급글로벌하이일드(6.89%)' 'iM에셋미국달러하이일드(6.38%)' 등도 양호한 수익을 거뒀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자금이 몰린 건 금리 인하에 따른 매매 차익과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의 채권 가격은 오른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기 전 이 펀드로 고수익 채권을 담아두고, 향후 금리가 떨어질 때 높은 매매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 판단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 투자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 9월부터 금리 인하의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점도 기회로 볼 수 있다. 결국 금리가 하락하는 방향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433%로, 지난 7월2일 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 확대는 미국 금리 하락을 제한할 재료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무작정 (재정) 확대는 불가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0'으로 연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다소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4.5% 이상도 유지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실행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추진하려는 정책을) 전체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채권 수급 측면에서 발행이 늘어나고, 시장금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내려올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며 "기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인수합병(M&A)도 많이 발생하고, 좋은 쿠폰을 제공하는 회사채들이 늘어나면서 좋은 투자 기회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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