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뉴발란스의 228평(약 754㎡) 규모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매장에는 일반 고객이 볼 수 없는 작은 '비밀 공간'이 있다. 지하에 위치한 6평 남짓한 규모의 ‘N1906’이다. 지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 미국 어느 주택의 방으로 시간 이동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공간은 뉴발란스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소장품들로 가득찼다. 1976년 만들어져 뉴발란스를 상징하는 ‘N’로고가 새겨진 최초의 러닝화 ‘M320’ 시리즈도 있다. 평소엔 광고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화보 촬영 공간으로 쓰이지만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뉴발란스 매장을 방문했을 때 비즈니스를 하는 미팅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뉴발란스가 N1906 지하실 공간을 해외 바이어 응접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는 이 성수동 매장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 반응까지 즉각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장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금요일 낮 시간이었지만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앞은 대기 고객 수십명이 줄을 늘어섰다. 이들 중 절반은 외국인 고객이었는데 매장 측에선 다양한 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판매사를 배치해놓고 있었다.
이 매장은 지난달 16일 문을 열자마자 당일 2000명 넘는 고객이 몰려 화제가 됐다. 개점 후 2주간 방문객이 3만명에 달했다.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은 40%를 차지한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여행객이 매장을 찾는다”며 “특히 '993' 스니커즈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고객 가릴 것 없이 영업 시작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뉴발란스가 MZ(밀레니얼+Z)세대의 패션 쇼핑 성지이자 해외 관광객들의 주요 명소로 떠오른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도 바로 국내외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두루 늘리기 위해서였다.
뉴발란스 직영 매장 중 최상급으로 지하 1층, 지상 1층, 2층, 루프탑 등으로 구성된 이 매장에선 뉴발란스 신발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 공간 및 다양한 뉴발란스 신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라인 '메이드(MADE)' 상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제공하고 한정판 제품까지 갖췄다.
실제 이날 방문 당시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도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NB GREY 공간’과 ‘메이드 공간’이 위치한 2층이었다. NB GREY에선 성수 매장 오픈을 기념하면서 티셔츠, 후드티, 맨투맨 등으로 구성된 한정판 ‘서울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방한 외국인들 사이에선 ‘쇼핑 필수템’으로 통한다는 게 뉴발란스 측 설명이다.
1층엔 특별 전시 공간이 있다. ‘0000(공공공공)‘으로 명칭한 전시 공간에선 ‘뉴발란스 993아트갤러리: 과거와 현재의 예술적 조우’라는 주제로 993시리즈 탄생 스토리를 알리고 있다. 933은 뉴발란스 메이드 라벨 991시리즈와 992시리즈의 장점을 조합해 만든 제품으로 성수 매장에선 갑피(어퍼), 안창(인솔), 중창(미드솔), 밑창(아웃솔) 등이 분해된 993을 직접 눈으로 보며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지나면 수많은 액자들이 모여 타워를 이룬 모습의 ‘NB MADE FRAME TOWER’ 조형물이 눈에 띈다. 1층부터 2층 천장까지 홀을 가득 메울 정도로 대규모다. 각각의 액자에는 메이드 라벨 아카이브를 구성해온 990·991·992 시리즈의 과거 캠페인 화보들이 걸려 있다. 991 시리즈 열성 팬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 미슐랭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화보 액자도 눈에 띈다. 국내 뉴발란스 마케팅팀은 전시 1년 전부터 글로벌 본사와 협의해 타워 조형물에 들어갈 콘텐츠를 구상해 왔다.
1층 정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아카이브 ∞ 공간’이 나온다. 뉴발란스의 콜라보레이션 신발과 출시 예정 스니커즈를 전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에임레온도르(Aime Leon Dore)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조 프레쉬굿즈(Joe Freshgoods) 등 뉴발란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킨 스니커즈가 전시되어 있다.
차세대 ‘슈프림’으로 꼽히는 패션 브랜드 에임레온도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테디 산티스’가 빈티지 무드로 재해석한 신발도 만나볼 수 있다. 테디 산티스는 뉴발란스 990v2, 550, 1300, 827 등 뉴발란스 헤리티지 모델을 리메이크하며 뉴발란스와 관계를 맺어왔다. 2022년엔 뉴발란스 ‘메이드 인 USA’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테디 산티스가 뉴발란스에서 재탄생시킨 990v2는 발매 당시 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이 웃돈으로 붙을 정도로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이랜드 뉴발란스 관계자는 “뉴발란스는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드”라며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 집약된 스니커즈를 문화적인 요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 고객의 새로운 취향을 맞추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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