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때문에 쉴 수가 없어" 분노…백화점 직원들 뿔났다

입력 2024-11-13 15:24   수정 2024-11-13 15:40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이 VIP 쇼핑행사 등으로 정기휴무를 지키지 않아 휴식권을 침해한다고 입점사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정기휴무일에 문을 닫는 백화점들이 이날 일반 고객 판매는 하지 않지만 VIP 고객만 초청해 쇼핑하도록 하는 경우가 잦아 직원 휴식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갤러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정기휴무를 시행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노조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샤넬·시세이도·클라란스·록시땅·로레알 등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직 직원들로 구성됐다. 갤러리아에서 일하는 노조원은 65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는 연말인 12월을 제외하고 월 1회 정기휴무 관행을 유지한다. 그러나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3월 모든 매장의 정기휴무를 취소했고 광교점은 휴가철인 8월에, 명품관 웨스트관은 지난달에 각각 정기휴무를 취소했다. 압구정점은 지난 5월 20일 정기휴무일에 VIP 쇼핑행사를 진행했다. 압구정점과 광교점은 오는 18일에도 VIP 쇼핑행사를 하기로 계획을 잡아놨다.

백화점들은 'P-데이'로 불리는 VIP 쇼핑행사를 백화점 정기휴무에 마련한다. 이날은 백화점 문을 닫아 일반 고객 판매는 하지 않는데, 특정 등급 이상 VIP 고객만 초청해 보다 여유롭게 쇼핑하도록 한다. 구매 금액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큰 손 VIP 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해 단시간에 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VIP 쇼핑행사를 지난해 상·하반기 1회씩 개최했으나 올해 들어선 5월에 하루 열고 하반기에는 진행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정기휴무 때 VIP 쇼핑행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2월과 9월 명절연휴 때 이틀씩 쉬었고,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하루씩 모두 9일을 정기휴무로 모두 13일을 쉬도록 했다.

그러나 갤러리아백화점은 정기휴무 취소와 VIP 쇼핑 행사가 너무 잦다고 노조원들은 지적했다. 노조는 "갤러리아백화점 소속 직원은 대체휴일을 보장 받지만 우리 같은 입점사 직원들은 누군가 쉬면 나머지 직원의 업무가 늘고 VIP 행사 때 매장 문을 닫으면 실적 압박도 크다"며 "백화점이 정기휴무를 지켜야 다 같이 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VIP 행사는 대부분 고객에게 매장 문을 닫고 돈 많이 쓴 고객만 불러 '남들은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겠다는 게 본질"이라며 "노동자는 쉬지 못하고, 구매자는 차별당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한화갤러리아 사측이 2022년 11월 노조에 보낸 '2023년부터 경쟁사 수준에 준하는 정기휴무를 시행할 계획'을 담은 공문을 제시하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갤러리아 소속 직원들은 대체 휴무를 통해 휴식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며 "입점 브랜드 직원의 경우 각 브랜드 결정 사항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법적 휴일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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