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통신 분야 공약집에 이례적으로 빠졌다. 앞서 19대 대선에서 각 후보가 통신비 절감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국가 개입보다는 기업의 자율 경쟁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시장경제 원칙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랬던 통신비 완화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 슬그머니 되살아나며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신임 장관이 통신사를 불러 ‘이익을 많이 냈으니 요금을 내리라’고 다그치는 듯한 모습은 안타깝다. 그러면서 6G 이동통신 세계 표준 선도와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기술 육성 등 정작 윤 대통령의 주요 통신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유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자가 더 낮은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에는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윤 정부는 인공지능(AI) 분야 3대 국가(G3) 도약을 천명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AI기본법 제정부터 표류하고 있다. 무책임한 정치권 탓이 크지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AI·반도체와 함께 ‘3대 게임체인저’로 통하는 첨단 바이오, 양자 분야 기술의 주도권 확보와 ‘글로벌 선도 3대 기술’로 꼽는 반도체, 네트워크, 우주 분야 육성 지원도 당면 과제다. 통신 분야에선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AI와 결합한 6G 표준화와 위성통신,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나같이 미래 산업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이런 상황에 통신비 인하를 정책 과제 1순위에 올려놓고 집착하는 듯한 장면은 AI와 기술패권 시대의 과기정통부 장관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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