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3일 기재위 예결소위에서 ‘2025년도 기재부 소관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정부가 4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예비비를 2조4000억원으로 삭감했다. 예비비는 정규 예산편성 때 예상할 수 없는 지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다. 특정 목적이 있는 목적예비비와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예비비로 구분된다. 국회는 예비비 총액에 대해서만 승인한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예비비로 올해보다 6000억원(14.3%) 많은 4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정상 외교 확대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 안보 시대이기 때문에 정상 외교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원안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예비비 편성 규모가 과도하고, 지난해 예비비도 4조6000억원 중 3조3000억원이 불용됐다”고 지적했다. 정상 외교에 예비비가 사용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기싸움을 벌여 감액분을 늘리기도 했다. 당초 1조2000억원 정도를 줄이려 했지만 기재부가 “야당이 예비비를 삭감하면 여야가 그간 합의한 증액 예산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감액 규모를 2조4000억원으로 키운 것이다. “민주당이 ‘괘씸죄’로 예산을 칼질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은 기재부의 기본 경비도 예산안 대비 절반 수준인 39억원으로 깎았다. 특히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 체계 개편을 검토하는 조세개혁추진단 예산 2억7300만원은 전액 삭감했다.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상속세 개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수이자상환 예산은 29조4924억원에서 28조9924억원으로 약 5000억원 삭감했다. 이자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여당 기재위 관계자는 “민주당 요청을 거절하니 ‘본때’를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냐”며 “꼭 필요한 예산들까지 싹 다 깎은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예산안이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의원이어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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