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생활용품 제조기업 깨끗한나라가 3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어려운 대외여건이 영향을 끼쳤지만 고질적인 오너리스크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394억원 영업손실은 9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 4018억원, 영업이익은 2억9700만원이다.
깨끗한나라의 순손실은 여전희 큰 편이다.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194억원으로 적자 늪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3분기에만 13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했다.
금융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1~3분기 깨끗한나라의 이자비용은 131억776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4% 늘었다.
깨끗한나라 측은 3분기 실적 부진과 관련해 "홍해사태 장기화 및 중국산에 대한 관세부과 예고에 대한 중국 제조업체의 재고소진에 따른 선복수요 증가로 해상운임이 급격하게 상승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대표의 취약한 지분율 탓에 리더십이 약해진 부분이 회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고(故) 최화식 회장이 1966년 대한팔프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이후 차남 최병민 회장이 1980년 가업을 승계했다. 최 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각종 사업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깨끗한나라의 지분 구조다.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 아들 최정규 이사로 지분율은 16.12%다. 대표이사이자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 대표 지분은 7.7%에 불과하다. 최 대표와 최 회장 차녀인 최윤수씨 지분 7.7%를 합쳐도 15.4%여서 최정규 이사 보다 적다.
이같은 구조가 최 대표의 리더십을 약화시켜 경영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평가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남매 사이라고 하지만 동생 지분이 많다는 건 언제든 대표를 교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최 대표가 내부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구조를 만든 건 최 회장이기 때문에 결코 책임이 가벼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LG 가문 사위이기 때문에 그쪽 가풍을 따라 장자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깨끗한나라는 산업용지인 백판지와 화장지 등 위생용지를 주요 제품으로 제조한다. 저출생 시대를 맞아 기저귀 등 수요가 갈수록 줄어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최 대표는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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