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자 행감 '자료 폭탄'…매년 나무 1000그루 없앤다

입력 2024-11-13 17:45   수정 2024-11-14 00:18

13일 서울시 A부서 소속 직원들은 표지에 ‘행정사무감사(행감)’라고 쓰여진 두툼한 책자를 가득 실은 수레를 밀며 감사장이 마련된 서울시의회로 향했다. 매 연말이면 시청 일대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를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시의회 행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쓰레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해당 의원실에만 답변을 보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의원에게 동일한 내용을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두툼한 자료집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에 따르면 시가 최근 3년간 제작한 국감 요구자료 모음집은 총 2030부로, A4용지 187만1860장 분량에 달했다. 나무 한 그루에 평균 1만 장의 A4 용지가 생산되는 만큼 총 187그루가 뽑혀 나간 셈이다. 책자 제작에 드는 비용만 매년 2000만원이 넘는다.

시의회 행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요 실·국 본부와 사업소의 사무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총 26개 부서에서 행감 자료 제작에만 2억9640만원을 썼다. 나무 수로 환산하면 988그루다. 국감과 행감을 합쳐 매년 1000여 그루 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

시의회 행감은 통상 11월부터 약 5~6주간 열린다. 이 기간에는 의원 요구자료집 외에도 주요 업무보고, 조례 동의안과 안건 자료까지 책자로 제작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 직원은 “연말만 되면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가 질의 답변서에 보충 자료, 쪽지 등에 이르기까지 셀 수조차 없는데 실제로 다 챙겨보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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