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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입 관세율 인상 공약을 내걸고 귀환했다. 그의 재당선에 각국 정부는 맞불 관세 등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최대 우방인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다. 유럽이 주요 석유·가스 생산국인 미국으로부터 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는 대신 관세를 낮춰달라는 구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게'…미국산 LNG 수입 확대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對)EU 수입 관세를 방지하기 위한 초기 논의에서 미국산 LNG가 협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EU 측 관계자들이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무역 적자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다.EU 집행위원회의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LNG가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러시아에서 많은 LNG를 수입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산 LNG로 대체하면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는 또한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와 관련해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맞교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LNG 업계는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각종 친(親)화석연료 공약 때문이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신규 LNG 수출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했던 조치를 취임 즉시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당선인의 수입 관세 인상 공약까지 의도치 않게 미국산 LNG의 유럽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화석연료 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렸다. 이에 LNG 현물 가격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과잉 공급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고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들썩이는 美 가스 업계
미국 LNG 개발 업체인 벤처글로벌의 마이클 사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청정 LNG 공급국으로 자리 잡는 데 새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은 LNG 수입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에 신속히 나섰고, 이제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규제 확실성이 있다면 우리는 그 장기적 수요를 충족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컨티넨탈리소스 창업자인 해럴드 햄은 "미국이 EU로의 LNG 수출을 늘려 유럽의 탈(脫)러시아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 샘프라의 제프리 마틴 CEO는 "LNG는 미국 외교 정책의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줄이고 카타르 등 세계 각국에서 LNG 수입을 늘리며 부족분을 메워왔다. 현재 미국산 LNG는 EU 전체 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U 당국이 민간 업체들에 미국산 LNG 수입을 강제하는 데는 제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아르거스의 유럽 가스 가격 담당 책임자인 나타샤 필딩은 "EU가 러시아산 LNG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한 유럽이 어디에서 LNG를 구매할지에 대해 EU 집행부가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U는 올해 6월 러시아 가스의 환적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재안에 포함했으나, 에너지 위기 등을 우려해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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