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라 자습시킨 건데"…폰만 보던 고교 교사 결국

입력 2024-11-14 12:38   수정 2024-11-14 12:39

한 학기 전체 수업시수 중 90% 가까이 지각을 하고 수업 내내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시청하면서 고3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킨 교사가 해임됐다. 지필평가 업무와 시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처리한 점도 징계사유로 꼽혔다. 이 교사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법원으로 향했지만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곽형섭)는 고교 수학교사로 근무했던 중학교 교사 A씨가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3월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발령받았다. 그는 근무 당시 지필·수행평가 관련 업무와 시험감독 업무를 소홀하게 처리했고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은 데다 수업을 불성실하게 진행해 해임 처분됐다.

경기도안성교육지원청 감사반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2022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수업시수 총 148회 중 89.2%인 132회에 걸쳐 수업시간을 평균 4분52초 지각했다. 또 수업 시간을 조기 종료한 횟수는 96.6%인 143회에 달했다. A씨가 조기 종료한 시간은 수업당 평균 2분31초로 조사됐다.

무단이탈한 다음 복귀한 수업 횟수는 25회로 평균 7분18초간 교실을 비웠다. 무단이탈 횟수로만 보면 총 200회에 이른다.

또 2022학년도 2학기 개학 이후 교과진도계획표에 따른 정상적 수업 활동 대신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하도록 했다. A씨는 학생들이 자습을 하는 동안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시청했다.

A씨는 해임 처분에 불복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CCTV 영상은 그 시각이 정확하지 않아 수업시간을 미준수했다고 볼 수 없고 학생들의 수업 이동시간 확보 등을 위해 약 1~3분 정도 늦게 입실하거나 일찍 퇴실했다"며 "수능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 자습을 시켰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사 당시 휴대전화 GPS 시계와 CCTV 셋톱박스 표시 시간 사이의 오차를 반영해 A씨의 지각 입실, 조기 이탈, 수업 중 무단이탈 시간과 횟수를 특정했다"며 "학생들 수업 이동시간 확보 등을 주장하지만 이 사정을 고려해도 수업시간 미준수는 횟수가 상당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학교장에게 A씨가 수업을 하지 않고 자습을 시키는 것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장은 A씨에게 수업에 충실하게 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촉구서를 발부했는데도 A씨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자습으로 운영했다"고 꼬집었다.

A씨 수업을 듣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스마트폰을 하신다",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만 함", "나도 학생 말고 선생이나 할 걸 그랬다", "오버워치 트레일러 영상 시청" 등의 답변을 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수능 대비를 위해 자습을 시켰고 학교장의 지시는 교사의 수업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선 "교사의 수업권은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해 인정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A씨의 수업시간 미준수, 수업 태만으로 학생의 학습권은 침해됐다"며 "학부모들 민원이 제기되고 학교장이 수업 촉구서를 발부한 상황에서도 학교장의 지시를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측 간 법정 다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2심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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