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로 이름 지은 5개 핵심 법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382조의 3항 개정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증자 등의 거래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상장사 독립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법안을 논의할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들이 최근 우려를 쏟아냈다. 국회사무처 소속인 이들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총주주의 개념이 불명확한 점, 기존 법체계와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점,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재계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금융회사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10대 상장사 중 4곳의 이사회가 외국계 기관투자가 연합에 넘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상임위 전문위원 "신중히 접근을"…간담회 2번 열고 당론으로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총주주’에게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여한 부분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위임 계약을 맺은 ‘회사’를 상대로 충실의무를 지도록 돼 있다. 이사가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말라는 취지다. 하지만 개정안은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혔다. 개정안은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동찬 전문위원은 “‘총주주의 이익’이란 의미가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이사가 이른바 ‘총주주’의 이익을 모두 보호하지 못했을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는 만큼 법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사가 모든 주주(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최병권 수석전문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사가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만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신속한 투자 결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관련법 검토 의견에서 “시장과 기존 법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반대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조차 “금투세 폐지 결정 때문에 성급하게 추진하다보니 법안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법안 문구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일단 당론으로 정해놓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 전문위원은 "사적자치 원칙 침해 등의 논란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경영 건전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대규모 상장사에 한해 의무화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집중투표제가 이사회의 당파적 행동을 초래하고 의사결정 지연과 기업 경영 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최 수석전문위원도 “2·3대 주주가 이사회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경제단체의 우려를 검토 의견서에 썼다. 금융위는 “미국은 3개 주(州)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사위원인 이사는 주총에서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은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을 현행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박 전문위원은 “주주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전문위원도 “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외부 투기자본의 영향력 강화로 기업의 장기 성장 여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상장사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현행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박 전문위원은 “모든 상장사에 독립이사 선임 의무를 두는 건 기업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지나친 개입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영/정소람/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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