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입성…‘파격’ 이어진 트럼프 내각 면면 보니[글로벌 현장]

입력 2024-11-18 09:09   수정 2024-11-18 09:10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까지 10주나 남았지만 이미 많이 준비한 만큼 차기 정부 구성을 조기에 완료하고 취임 1일 차부터 곧바로 공약한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6일 당선 확정 이후 13일까지 8일 동안 그는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를 시작으로 국무장관·국방장관·국토안보장관 등 20개 자리의 주인을 지명했다. 특히 외교안보 라인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동특사, 이스라엘 대사 등을 포함해 인선이 거의 완료됐다. 재무부·상무부 등 경제 분야 수장들도 조만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지’ 정부효율부에 머스크 발탁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비벡 라마스와미(바이오기업 창업자)와 함께 이끌기로 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당선 전부터 정부효율부에서 미국 정부 공무원과 재정 낭비를 줄여 예산 6조5000억 달러(올해 회계연도는 6조7500억 달러) 중 2조 달러를 절감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5년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이 조직이 “미국 구하기 운동에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며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핵무기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연방 기관이 428개나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연방 기관은) 99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를 ‘늪에서 물을 빼는’ 행위로 묘사하면서 워싱턴DC에서 일하는 연방정부 공무원 28만 명 중 10만 명을 워싱턴 밖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구상 등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페더럴뉴스네트워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1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을 했지만 이번에 추진되는 연방조직 이전 규모는 1기 정부의 2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법무장관은 논란

군대와 법무부 등 ‘말 안 듣는’ 것으로 찍힌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논란을 감수하고 가장 충성스러운 인물을 발탁했다. 국방장관에는 육군 주방위군 출신으로 폭스뉴스에서 8년간 진행자를 해온 피터 헤그세스(44)가 내정됐다.

통상 예비역 장성을 임명하는 국방장관 공식을 깨고 소령 출신이 등용됐다. 그는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네소타 주방위군 소대장을 맡았고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도 자원 복무해 두 차례 훈장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서 헤그세스를 두고 “미국 우선주의에 진심”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그가 임명된 것은 미군 위상 축소를 의미한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세상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것을 주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군대에서 다양성을 주장하는 이들을 내쫓겠다고 공언하면서 흑인 장성 등을 저격한 적도 있다.

하지만 군 고위직을 맡아 전략적 판단을 해본 적이 없는 그가 국방장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현직 장군들을 평가해 군 지도부에서 내쫓기 위한 작업도 준비 중이다.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도 논란의 인물이다. 하원 의장 선거에서 하원의원도 아닌 ‘도널드 트럼프’를 적어낼 정도로 맹렬한 트럼프 충성파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NBC방송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화염방사기로 법무부를 강타할 것이고 게이츠 의원은 그 화염방사기”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2017년 17세 여성을 성매수한 혐의로 조사받은 전력이 있으며 불법 약물 복용 등 오점이 있다. 또 정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가 정치적으로 중립적 판단을 요구하는 법무부 수장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외에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리에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맡아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 사실이 없었음을 확인해준 존 랫클리프가 내정됐다.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플로리다), 국토안보장관에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낙점됐다.
국무장관 루비오에는 긍정 평가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에 해당하는 국무장관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지명됐다. 의회 인준을 거치면 미국 첫 라틴계 국무장관이 된다.

플로리다에서 3선을 지낸 루비오 의원은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졌다. 2020년 통과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지난 4월 처리된 틱톡금지법 등 제정을 주도했다. 미국에서 반중국 정서가 크지 않던 2010년부터 중국과 협력하는 미국 기업가를 비판하며 ‘중국 매파’라는 별명을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그가 고립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민주당과 백악관에서도 루비오 선택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측근 핵심 인사를 분야별 ‘차르’로 임명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현할 계획이다. 1기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무역 차르’로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자로 평가받는 라이트하이저는 상무부와 USTR 등 무역 정책 전반의 감독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경정책 총괄에는 톰 호먼 전 이민관세국장 대행이 내정됐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에너지 차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당초 버검 주지사는 내무부나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차르 역할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선 때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대선 주자 활동을 중단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역시 보건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차르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충성심 줄세우기…“소신은 필요 없다”

이 모든 인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충성심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승리 후 공화당 주류와의 화해를 모색하며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으나 갈등 끝에 프리버스를 내쫓았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대부분의 공화당 인사와 갈등했다.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아예 트럼프 당선인의 ‘폭주’를 막고자 그 자리에 갔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는 아예 자기 소신을 내세우지 않고 배신하지 않을 충성파로만 내각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1기 트럼프 정부에서 충성파 역할을 맡아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의제를 실천한 중량급 인사가 배제된 점이다. 마이클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이다.

이와 관련해 WSJ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밀고 있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트럼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폼페이오 전 장관 등을 배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기 정부에서 역할을 했던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이번에는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하지 않고 벤처캐피털 회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워싱턴=이상은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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