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가 국내 코스피 상장사 841곳의 녹색 전환(GX) 수준을 평가해 상위 200개 기업을 선정했다. 비즈니스를 녹색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환경지표를 임원 성과와 연계하는 등 전환 계획을 구체화한 기업이 대거 상위권에 올랐다.
4개 부문 24개 평가지표를 검토했다. 29.5점 총점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에 전체 등급과 부문 등급을 S부터 D까지 11단계로 부여했다. 정규 분포 상위 2.5% 구간에 S, 5% 구간에 AAA, 10% 구간에 AA를 부여하는 등 방식으로 전체 등급을 확정했다. 나머지 등급은 A(20%), BBB(30%), BB(40%), B(50%), CCC(60%), CC(70%), C(80%) D(80% 이상)로 나뉜다.
LG전자, S 등급 단독 획득
올해 평가에서 종합 S 등급을 받은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했다. LG전자는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과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모두 S 등급을 획득하며, 지난해에 이어 종합 S 등급을 유지했다. LG전자는 2021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검증을 완료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덕분에 S 등급에 오를 수 있었다. 또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15개 카테고리 중 14개를 공시하는 등 공시 품질 측면에서도 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S 등급을 받은 SK가스는 올해 신설된 전환 전략 부문의 4개 평가지표 중 1개에서만 점수를 받아 종합 등급이 S에서 A로 하락했다.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 등급도 하락하며 S 등급을 유지하지 못했다. 올해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7개, AA 등급은 17개, A 등급은 38개다.
4개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유일하게 S 등급을 받았다.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에서는 LG전자, 한국가스공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4곳이 S 등급을 받았다.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는 LG전자, 신한금융지주, SKC, 미래에셋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화승엔터프라이즈 등 7개 기업이 S 등급을 획득했다.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부문에서는 롯데칠성, 롯데정밀화학, KG스틸 3개 기업이 S 등급에 올랐다.
신한금융 등 'AAA' 기업, 전환 전략 공개 우수
올해 평가에서 표준편차 상위 5%에 해당하는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7곳으로 롯데칠성, 신한금융지주, CJ제일제당, 우리금융지주, 현대차, SK아이이테크놀로지, 기아가 포함됐다. 이들은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AAA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올해 평가에서 전환 부문의 배점이 9점에서 13점으로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부 전환 전략 부문에서 평균 점수인 6.1점을 크게 상회하는 9점 이상을 받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탄소중립 목표 수립 및 검증, 생물다양성 정책 수립,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참여, 내부 탄소가격 산정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전환 전략 부문에서 11점을 획득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순위가 69계단 상승하며 AAA 등급을 받았다. 이 외에도 롯데칠성(↑42), 신한금융지주(↑25), CJ제일제당(↑14), 현대차(↑18), 기아(↑21), SK아이이테크놀로지(↑4)도 순위 상승으로 AAA 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표준편차 상위 10%에 해당하는 AA 등급은 17개 기업이 획득했다. 이들 기업에는 HD현대인프라코어, 아모레퍼시픽,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SKC, SK이노베이션, 한일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X하우시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삼성바이오로직스, LG디스플레이, 금호타이어, 아모레G, KT&G, LG화학,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특히 한일홀딩스는 전년 대비 순위가 126계단 상승하며 AA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누락된 정보를 보완하면서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에서 A 등급,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AAA 등급을 획득했다. GX200은 다수 지표에서 상대평가를 실시하는데, 전환 관련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등급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환 정책은 마련했으나 ‘구체화’ 미흡
올해 평가에서 GX200에 오른 코스피 상장사는 녹색 전환 관련 정책은 대체로 마련했으나 이를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 회계연도 기준,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한 코스피 상장사는 전체 841곳 중 235곳(27.9%) 달했다.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해 제3자 검증을 받은 상장사도 219곳(26%)이다.
그러나 과학 기반 감축목표 검증을 받은 기업은 18곳에 불과했다. 온실가스 감축 경로 검증은 녹색 전환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에 필수 요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수립한 기업은 54곳(6.4%), 내부 탄소가격제를 산정해 공시한 기업은 19곳(2.3%), 기후 성과와 임원 성과를 연계한 기업은 18곳(2.1%)에 불과했다.
이번 평가와 관련해 문두철 연세대 교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지속가능성 규제에 적극 대응한 결과 기후변화 및 공급망 관련 정책 정보공개 비율은 높았다”면서도 “내부 탄소가격제, 임원 보상제 비율은 낮아 정부의 ESG 공시 일정이 발표되면 앞으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속가능센터장은 “전환 수준을 평가할 때 리스크 평가에 따른 재무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스피 상장사의 리스크 평가와 목표 설정은 20% 수준으로 대응이 미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 연구원은 “실제 기업의 녹색 전환 과정에서는 내부 인센티브가 중요한 동력원으로 작동한다. 이에 대한 추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3년에는 총 4억571만 톤으로, 2022년 5억4972만 톤 대비 26.2% 감소했다. 2021년 배출량인 5억611만 톤에 비해서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3년 코스피 상장사의 온실가스배출 집약도는 1억 원당 14.3톤으로, 전년 대비 26.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GX200 평가 고도화
이번 평가지표는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사용, 자원 재활용 및 순환경제 등 4개 부문 24개로 구성했다. 국내 기업 2021~2023년 회계연도 ESG 정보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전체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유효 정보가 충분히 확보된 코스피 상장사만을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전환 전략과 정보공개 부문은 기업이 녹색 전환과 관련한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를 살폈다. 탄소중립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설정, 탄소가격 산정, 환경 공급망 관리 정책, 생물다양성 정책,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 활용, 산업별 공시 항목 준수(SASB 활용) 여부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올해 평가에서는 전환 전략 부문 평가를 정교화했다. 기존 지표에 더해 SBTi 검증 여부, 기후 목표와 임원의 보상 연계 여부, TNFD 권고안 채택 여부, 전환 계획 관련 지표 수립 여부 등 4개 지표를 추가했다. 각 항목은 준수 또는 사용 여부에 따라 1점을 배점했다.
나머지 세 부문 평가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다만 평가 연도를 직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 등 정보를 포함했다.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실적 부문은 산업별 특수성이 과도하게 반영되어 착시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 감축 비율과 스코프 1·2 집약도 감소 여부,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카테고리 공시 개수 등을 점검해 8점 만점을 부여했다.
에너지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부문은 에너지 사용량 감축 비율, 매출 대비 에너지 집약도 감축 비율,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을 점검했다. 자원 재활용 및 순환 경제 부문은 폐기물 및 수자원 재활용 비율, 수자원 사용량 감소 비율, 폐기물 재활용 증가 비율 등을 평가에 반영했다. 두 부문 배점은 9.5점으로 4개 부문 총점은 29.5점이다.
〈한경ESG〉는 GX200 평가 기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장기 추세를 반영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기반 매출액, 자본적 지출(CapEx), 운영 지출(OpEx) 등을 가점으로 반영해 녹색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을 알릴 계획이다.
*한국 GX200 편입 기업을 포함한 자세한 평가 정보는 한국 GX200 공식 홈페이지(www.hankyung.com/esg/gx20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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