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5일 16: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신생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출자하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물론 글로벌 수위권 펀드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2배 수준을 신생 PEF에 몰아주고, 향후 이익의 30%를 조건없이 배분하는 계약도 맺었다. 고려아연은 약 6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원아시아가 조성한 8개의 펀드에 출자해 사실상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막대한 보수까지 약속한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도 원아시아 측에 특혜가 이어진 점을 정조준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조성한 8개의 펀드에 총 6000억원을 출자하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연간 2~2.5%의 관리보수를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아시아가 설립한 첫 PEF인 코리아그로쓰 제1호에는 연간 2.5%의 관리보수를 보장했다. PEF설립일로부터 투자기간 종료시까지 출자약정금 평균잔액의 연 2.5%를 관리보수로, 투자기간 종료 후엔 투자금액 평균잔액의 연 2.5%를 관리보수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는 물론 KKR 칼라일 등 글로벌 수위권의 대형 펀드들의 관리보수는 1.0~1.5% 수준이다. 투자 이력은 물론 포트폴리오도 갖추지 못한 PEF운용사에 두 배 가까운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다.
고려아연이 신생 PEF인 원아시아에 특혜를 준 데는 최윤범 회장과 지창배 회장간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지 회장은 중학교 동창으로 조기축구모임 등에서 친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PE의 창업자인 지 회장은 현금입출금기(ATM) 제조사 청호컴넷의 대주주였지만 금융 경험이 전무한 인사였다. 2020년 청호컴넷을 매각하고 연예기획사 등 엔터사업을 운영해오다 PEF에 발을 들였다.
지 대표는 중학교 동창인 최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별도의 사교 모임을 통해 만남을 이어왔다. 원아시아의 첫 펀드인 코리아그로쓰제1호엔 고려아연 외에도 다올이앤씨가 30억원, 동일산업이 20억원의 출자금을 댔다. 다올이앤씨는 윤관 BRV 대표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표는 고려아연 지분도 직접 보유해 최 회장과 MBK 측과의 분쟁에서 백기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2019년 원아시아PE가 조성한 코리아그로쓰 1호 펀드를 시작으로 6000억원을 원아시아가 설립한 PEF에 투자했다. △코리아그로쓰제1호(951억원) △아비트리지제1호(916억원) △저스티스제1호(503억원) △바이올렛제1호(890억원) △탠저린제1호(961억원) △그레이제1호(1104억원) △하바나제1호(1112억원) △망고스틴제1호(50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8개 펀드 대부분의 관리보수는 2~2.5%로 최상위권 PEF운용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은 이 중 SM엔터 주식에 투자한 하바나제1호는 수익금의 30%를 원아시아 측이 갖는 방식으로 이례적인 계약을 맺기도 했다. PEF는 연간 IRR 8% 이상을 올린 경우에만 투자 수익의 20%가량을 성공보수로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소 수익률에 대한 허들도 없이 이익의 30%를 떼 주는 계약은 이례적이라는 게 PEF업계의 평가다.
고려아연이 하바나제1호에 출자하는 과정도 업계에서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측이 출자금의 캐피탈콜을 요청하자 단 하루만에 출자금을 송금했다. 나머지 펀드들의 경우도 길게는 5영업일 내에 곧바로 자금을 송금했다. 일반적으로 PEF의 캐피탈콜이 1주일에서 길게는 2~3주 소요되는 점에 비해 이례적인 행보였다. 원아시아는 이 자금을 통해 카카오와 공모해 SM엔터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콜 과정에서 LP들도 자체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거나 내부 논의를 거치다보니 평균 2~3주씩 기한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루만에 캐피탈콜을 받아준 것은 사실상 원아시아가 고려아연의 OEM 펀드라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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