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주도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형 건설사가 몰리고 있다. 과거 낮은 공사비를 이유로 참여를 꺼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건설업계에선 인허가 속도가 빠르고 사업자금 확보에도 유리해 민간 정비사업지보다 낫다는 말도 나온다. 입주민도 대형 건설사 참여로 단지 고급화 기대가 커지는 등 반색하는 분위기다.
전농9·중화5 시공사 윤곽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서울 내 공공재개발 사업지 중 동대문구 전농9구역과 중랑구 중화5구역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두 사업지 모두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업시행 약정을 맺은 전농9구역은 현대엔지니어링만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참여한 상태다. 현장설명회가 단독 참여로 두 차례 유찰되면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농9구역은 전농동 4만9061㎡ 부지에 지상 최고 35층 아파트 1159가구와 근린공원, 공공청사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예정된 공사비는 3.3㎡당 780만원 수준이다.
중화5구역에선 GS건설이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 GS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주민대표회의는 향후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방안 등에 대해 LH와 논의할 계획이다. 중화동 일대 6만6013㎡에 지상 최고 35층, 161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두 구역은 모두 민간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업성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동안 사업이 중단됐던 곳이다. 그러나 LH와 사업시행약정을 체결하면서 인허가에 속도가 붙었고, 6개월여만에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앞서 서울 강남권에서 최초로 공공재개발을 선택한 송파구 거여새마을은 지난 8월 시공사로 삼성물산과 GS건설을 택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거여역 인근 대지 7만1922㎡에 지상 최고 35층, 12개 동, 167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는 펜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 프라이빗 시네마 등 강남권 고급 단지와 비슷한 수준의 고급화 설계를 제안했다.
고급화 기대감 주민 ‘반색’
공공재개발을 LH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주민과 함께 시행에 나서는 재개발 방식이다. 민간과 달리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용적률과 층수 제한 등의 규제 특례를 받을 수 있어 민간 재개발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공공재개발은 민간 재개발과 달리 주민이 투표를 통해 LH에 시공사를 추천하면 LH와 시공사가 공동사업시행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낮은 공사비 때문에 과거엔 중소 건설사가 주로 참여했다. 최근엔 높아진 공사비와 사업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대형 건설사가 먼저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의 경우엔 인허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조달 금리도 민간 정비사업에 비해 낮다”며 “금융비 절감과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의 장점으로 사업성이 걱정되는 다른 정비사업과 달리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공사비가 부쩍 높아진 것도 대형 건설사 참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내 공공재개발 사업지의 예정 공사비는 3.3㎡당 500만원 안팎이었다. 민간 재개발에 비해 낮게 책정된 공사비 때문에 건설사가 참여를 꺼렸다. 최근 3.3㎡당 800만원 수준까지 공사비가 오르면서 대형 건설사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주민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데 대해선 반색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단지는 저렴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급화를 기대해 볼 수 있어서다. 서울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 중에서 내년 상반기 사업참여자 선정을 준비 중인 곳은 은평구 증산4구역(3550가구),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봉구 쌍문동 서측(1428가구) 등이 있다.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서울에선 브랜드 단지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주민도 공사비 등을 조정해서라도 대형 건설사를 유치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며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사업성이 높아지니 공사비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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