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고도화된 BMS를 장착할 경우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최근 중단됐다.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사 간 의견 정리가 되지 않은 탓이다. 현재 전기차에 들어가는 BMS는 온도 등 배터리의 기본 상태만 확인할 수 있는 기초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화재를 완벽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배터리 성능, 수명, 전압 상태, 내부 저항, 셀 불균형 등 세밀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BMS를 빠르게 개발·적용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업계 간 갈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쟁점은 ‘누가 고도화된 BMS를 만들어 공급하느냐’로 압축된다. 기초 BMS는 주로 배터리사가 공급한다. 배터리업계는 배터리 제조 주체가 자신들인 만큼 업그레이드되더라도 BMS를 배터리사가 주도해 제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배터리를 개발, 생산하는 하드웨어 역량과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별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사는 차 제조사에 배터리 관련 운행 정보 등을 공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고 연구해 온 건 자동차사라는 것이다. 배터리 제조에 관한 기술 역량도 부족하지 않다는 게 현대자동차·기아 등의 판단이다. 배터리를 납품하는 순간 관련 정보의 소유권은 차주 및 자동차사에 있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다. 자동차 업체들은 차주에게서 ‘제3자 정보 동의’를 받아 전기차 및 배터리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 같은 BMS 갈등은 미래 시장 주도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사는 배터리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 관련 정보를 독점하는 건 자동차사로선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BMS가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 BMS 로열티 개념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갈등 요인으로 거론된다. BMS 사용자가 제조사에 비용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고도화 BMS의 개발 주체가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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