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증시…기업 돈줄 역할 '실종'

입력 2024-11-17 18:03   수정 2024-11-18 01:04

한국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졌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4조5807억원이었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9조4799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증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증시가 부진해 청약 미달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나란히 세계 주요 증시 중 하락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요구가 커진 점도 기업이 주식시장에 손을 벌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IPO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네 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비상장사가 잇달아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신규 상장은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금 조달 창구로서 역할이 흔들리고 주주 환원 강화 분위기가 높아지자 증시를 등지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쌍용C&E, 락앤락 등 9개 상장사가 올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나섰다. 이미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한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분 매각과 신주 발행이 여의찮다 보니 채권과 은행 대출 형태로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인데 부채비율 상승과 신용도 훼손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양병훈/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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