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근 몇 달 간 공급업체에 블랙웰의 설계 변경을 여러 차례 요청해왔다고 보도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처음 소개한 AI 칩이다. 2022년 나온 ‘호퍼’ 시리즈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처음 공개할 당시 올해 2분기에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자체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돼 출시일을 늦췄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실적 발표 당시 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설계 변경의 배경엔 블랙웰의 과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웰은 이전 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쉽게 과열되는데, 맞춤형 서버 랙에 함께 연결했을 때 과열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고전 중이라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계획대로 고객사에 내년 상반기 말까지 블랙웰을 배송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한 차례 출시가 지연된 만큼 고객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엔지니어링을 되풀이하는 건 정상적이고 예상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블랙웰을 사전 주문한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xAI 등 테크업체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블랙웰의 출시가 더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 AI 칩인 H100과 H200 등 ‘호퍼’ 제품군 주문을 더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호퍼 칩의 마진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호퍼를 더 많이 구매할 경우 엔비디아의 단기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호퍼로 전환한 고객사는 블랙웰 칩과 NV링크 서버를 많이 주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익 전망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번 뉴스가 엔비디아의 향후 주가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나스닥시장에서 지난 11일 149.7달러에 정점을 찍고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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