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북한군 투입에 美 미사일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입력 2024-11-18 07:59   수정 2024-11-18 08:17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를 향해 쓸 수 있게 됐다. 첫 공격 대상은 쿠르스쿠 지역 탈환을 위해 집결한 북한·러시아군 병력과 지원 시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정책 변화는 전장에 북한군을 투입하는 등 전쟁의 강도를 높이는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 미사일 세례 받을 처지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km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 무기로 러시아 내부에 있는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해왔으나,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불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의 전선 방어를 위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의 점령지를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연일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를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집결한 러시아와 북한 병력, 러시아 내부 주요 군사 장비, 군수 거점, 탄약고와 병참선 등을 타격하는데 ATACMS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관계자는 "ATACMS가 전세를 바꿀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면서도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이 취약하며,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은 하르키우 방어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약 80㎞의 다연장 로켓 하이마스(HIMARS)로 국경 인근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하는 데 그쳤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250km인 스톰섀도와 스칼프(SCALP) 미사일을 지원했지만, 러시아 영토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무력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도 나왔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전선 방어의 시급성이 확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전력 시설 폭격한 러시아
러시아는 전방위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도 미사일 약 120발과 드론 약 90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서부 전력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전력 시설 손상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순환 단전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전력망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단시간 내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격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남부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이뤄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전선에 접한 우크라이나까지 서부까지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자 폴란드가 전투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민간인 9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변전소 피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9기 중 2기만이 최대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 중이라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밝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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