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류와 생활용품 등 많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 공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저비용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어 제조업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최대 완구 제조업체로 손 꼽히는 해즈브로가 관세 부과를 앞두고 공급 업체와 협상하고 디자인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즈브로는 4년 이내에 중국 생산 비중을 매출의 40%에서 20%로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크리스 콕스 헤즈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수개월 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왔다"고 전했다.
해즈브로의 중국 탈출은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되는 중이다. 하청 제조업체와 더 낮은 공급 가격을 협상하거나 단일 종류의 나무를 사용하는 젠가 블록 등 더 저렴한 제작을 위해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 등을 추진한다. 수익성이 낮거나 중복되는 장난감의 경우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공장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난감의 경우 제조 공정의 일부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액션 피겨를 조립하거나 디테일을 칠하는 등의 많은 완구 조립은 여전히 숙련된 작업자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려면 새로운 세대의 기술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UBS의 아르피네 코르치네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소규모 공장은 중국 시설을 쉽게 대체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가피하게 공장을 옮기는 기업이 늘어나면 중국의 제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기업들이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는 결정타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 공장을 버리는 것은 완구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향초 브랜드 '양키캔들'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의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뉴웰브랜즈 역시 현재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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