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8일 15: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자 주관사가 공모주 투자 손실 리스크를 떠안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 부담이 커졌다. 풋백옵션을 부여했던 증권사는 공모 흥행 실패 뿐 아니라 손실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공모 흥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내거는 증권사도 사라졌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켐 주가는 오후 2시 공모가 대비 21.70% 하락한 78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자 일반 청약 투자자 일부가 에스켐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풋백옵션을 문의하고 있다. 에스켐은 이익미실현 특례 상장사로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면 일반청약 투자자가 공모가의 90%의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공모주 손실률이 최대 10%로 제한되는 셈이다.
사업모델 특례, 이익미실현 특례 등은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풋백옵션을 부여해야한다. 당장 실적이 부진한 기업이 성장성을 내세워 상장하는 경우에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와 무관하게 의무 대상이 아니어도 공모 흥행을 위해 주관사가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0월 중순 공모주 시장이 침체한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닷밀, 노머스, 에이치이엠파마, 웨이비스 등이 주관사가 풋백옵션을 부여한 곳이다. 이익미실현 특례를 선택한 닷밀을 제외한 노머스, 에이치이엠파마, 웨이비스 등은 주관사가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부여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 등락율을 살펴보면 닷밀 ?33.77%, 노머스 ?35.76%, 에이치이엠파마 ?28.70%, 웨이비스 ?27.40% 등이다. 이들 기업 일반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도 주가가 급락하자 주관사에 잇따라 풋백옵션에 대한 문의를 넣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진 공모주가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많아 주관사가 짊어지는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대다수 투자자가 첫날 주식을 매도하면서 풋백옵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풋백옵션은 청약을 통해 받은 주식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다수 증권사가 풋백옵션을 공모주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한 카드로도 활용한 이유다.
기존에는 상장 직후 주가가 떨어져도 몇 개월 뒤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보유하는 투자자가 많아 상장 직후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마저 침체하면서 상장 직후부터 곧장 풋백옵션을 행사하거나 문의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상황이 달라지자 증권사가 자발적으로 풋백옵션 부여하는 사례는 사라졌다. 10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IPO 기업(스팩 제외) 12곳 가운데 주관사 풋백옵션을 부여한 곳은 아이지넷, 데이원컴퍼니 등 2곳이다. 아이지넷은 사업모델 특례, 데이원컴퍼니는 이익미실현 특례로 의무 부여 대상이다. 자발적 풋백옵션은 한 곳도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급작스럽게 침체하면서 증권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공모가의 90%와 현재 주가 차이만큼 손실을 볼 뿐 아니라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증권사가 매입한 풋백옵션 물량을 언제 재매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