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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0일을 맞으면서,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해온 유럽 주요국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평화 협상 주장이 유럽 주요국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로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내주더라도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하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것만은 막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모두 회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취임 이후 지원 축소나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군이 러시아 측에 참전하며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관측도 유럽 내 종전 논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15일 약 2년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7일 “적절한 시기가 되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논의를 최소 10년 연기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종전을 위해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1년 전 14%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러한 협상 기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이 치열해지더라도 영토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15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원했던 것은 러시아의 고립을 약화하는 것”이라며 “협상은 단순히 말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공습이 유럽 내 평화 협상 기류에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의 반응일 수 있다고 분석하며 “회유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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