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설립된 초기, 단체교섭이 처음인 사용자로서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성실한 교섭을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됩니다”라는 으름장(?)을 제일 많이 듣게 된다. 그만큼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의미일테지만 감정이 있는 사람인 이상 듣기 좋은 소리일리 없다. 또 한편으로는 서로의 사정을 살펴 상호 정한 날짜와 장소에서 교섭을 하면 됐지 왜 일방의 요구에 당연히 응해야 하는지, 거부하면 실제로 형사처벌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법은 엄연히 사용자에게 성실한 단체교섭의무를 부과하고, 만약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에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처벌까지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교섭 담당자로서는 법률에 정한 소위 성실한 교섭의무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사안에 맞게 슬기롭게 판단해가며 전략적으로 교섭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법률에 정한 성실교섭의 기준 혹은 사례를 파악해 둔다면 노동조합의 으름장에도 교섭위원 모두가 당당할 수 있으니 이러한 실무상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법원은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데 있어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 여기서 법개념으로 규정된 ‘정당한 이유’인지 아닌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교섭사항 및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함에 있어 그 이유가 "주관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내지는 "믿었다" 정도가 되어서는 안되고, 객관적으로도 교섭 거부, 지연 등에 납득될 만한 사실관계 혹은 논리가 뒷받침되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노동조합이 요구한 일시와 장소 등에 협의가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한 공문으로 조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것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사용자 역시 스스로가 가능한 교섭일자와 장소를 명시해 교섭을 연기하는 것에는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물론, 무한정한 연기 혹은 거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유의해야 한다.
또한 여러 노동조합과 기업들이 공동으로 모여 진행하는 소위 집단교섭에 참여하라는 등의 교섭방법에 관한 요구에 대해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경영사정 및 근로조건 등에 차이가 클 수 있어 사용자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유로 그러한 교섭방법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석될 수 있어 정당한 교섭 거부가 될 수 있다.
또, 교섭요구안 자체가 경영권에 관한 사항으로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 혹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에 있어 교섭에 응하지 않을 사용자로서의 정당한 법적권리가 있는 경우, 또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교섭요구라면 각각의 사정을 이유로 한 교섭 거부는 정당하다고 해석된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하고 교섭이 계속됨에도 교착상태에 빠져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노동조합이 새로운 안건 혹은 타협안을 제시했다면, 이는 교섭재개가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 사용자는 더 이상 교섭을 거부하지 않고 교섭에 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과정에서 요구안 중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사용자가 구체적인 설명 또는 설득의 과정 없이 기존 입장을 변경하기 어렵다거나 검토해 보겠다는 답으로 일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여 단체교섭이 지연되었다면, 사용자의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중앙2024부노60). 이 중노위 판정은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요구안에 대해 어떻게 교섭하고 임해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향후 법원의 최종적 판단을 지켜볼 필요도 있겠다.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노사 모두 예민할 수 있고 노동조합 설립 초기 혹은 아직 안착되지 않은 노사관계에서는 관련한 갈등의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단체교섭에 관련한 법규정의 제재 취지와 이유, 그리고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 서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등의 지혜로운 교섭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유형의 사례를 꼼꼼히 확인하고 합당한 교섭태도를 이어간다면 더욱 당당한 교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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