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신성모독이다.” “역사상 최악의 아이디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1971년 개막 당시 평단과 투자자들로부터 온갖 비판과 혹평을 받았다.
뮤지컬은 성경 속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기 1주일 전 이야기를 록음악으로 풀어낸다. 문제가 된 점은 예수를 인간적으로 묘사한 대목. 예수가 록음악을 내지르는 것도 모자라 죽음을 예감하고 하늘을 향해 “죽기 싫어요” “내가 왜 죽어야 하나요”라고 외치며 두려움을 호소한다.
예수를 향한 사랑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배신자 유다도 조명한다. 예수의 부활을 묘사하지 않은 점도 종교인들이 이 작품을 거북스러워하는 이유였다. 영국 BBC 라디오는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이 작품의 음원 송출을 거부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메가 히트작이 됐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해적판’으로 무대에 오르다가 2004년 비로소 공식 라이선스 공연이 열렸고 지난 7일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 작품은 ‘캣츠’ ‘에비타’ ‘오페라의 유령’ 등을 만든 뮤지컬 음악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20대에 만든 초기작이다. 젊은 음악가의 과감함과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경과 록음악이 의외의 합을 만들어낸다. 록 특유의 땀 냄새 나는 듯한 뜨겁고 정제되지 않은 소리가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진하게 객석으로 전한다.
죽음을 앞둔 예수, 사랑하는 예수를 배신해야 하는 유다, 자신도 납득하지 못하는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는 빌라도 등 인물들이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할 때 화끈한 록음악이 비통함을 극대화한다. 록음악을 단지 충격요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선택한 게 아니라 신화적인 인물들도 우리처럼 느꼈을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50년도 넘은 작품인 만큼 세련미가 부각되는 공연은 아니다. “지저스, 개가 짖었으” 같은 1차원적인 유머는 진부하다. 하지만 화끈하다. 고뇌하는 예수를 앙상블이 거적때기를 휘날리며 우르르 따라다니는 장면은 마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역병을 형상화한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출연진의 가창력이 록 뮤지컬의 장점을 한껏 살린다. 어렵기로 정평이 난 ‘겟세마네’와 같은 록 넘버가 오히려 출연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모두가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된다.
그래서 공연장 음향이 더 아쉽다. 모든 대사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송스루 뮤지컬’인데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관람 후기가 나올 정도다. 공연 중 스피커에서 지지직 잡음이 나는 등 사소하지만 기초적인 문제도 몰입을 해친다. 공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1월 12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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