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아니다…韓정부·기업, 마러라고 회원권 사둬라"

입력 2024-11-18 18:00   수정 2024-11-18 18:02

“한국 기업과 외교관들은 마러라고 회원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습니까.”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헨리 해거드 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사진)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트럼프2.0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이 같은 질문으로 되받았다. 그는 “농담이 아니다”며 “그들이 얼마나 일하는지 알고 싶다면 나는 몇 명이나 마러라고에 가 있는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는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취임 이전 주요 인사 결정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최근 마러라고가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을 만나려는 외국 지도자와 기업인으로 북새통이라고 전했다.

해거드 전 공사는 “마러라고에서 일하는 일부 인사는 행정부에 발탁될 것이고 나머지는 여러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마러라고를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거드 전 공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국장으로 일했고 2021년부터 2년간 주한 미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을 모두 잘 아는 몇 안 되는 고위 외교관으로 꼽힌다.

해거드 전 공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보조금이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투자한 텍사스 앨라배마 테네시 등의 공통점은 매우 보수적인 공화당 주라는 것”이라며 “이들 주는 유익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싸울 것”으로 내다봤다.

해거드 전 공사는 보조금의 근거가 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은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에 의미 있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중국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며 “한국 같은 강력한 동맹국 그리고 그 국가의 기업과 협력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해거드 전 공사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본질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가 아니라 ‘대중국 견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도 (한국) 공장이 떠나가고 미국이 제품 생산 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중국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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