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판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민주당이 사법부 ‘신뢰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18일 당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 앞다퉈 “정치 판결” “사법 살인”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인 최민희 의원은 “(비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거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이번 정치 판결에 동조할 국민은 없다”며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발언을 왜곡, 짜깁기한 것을 유죄로 인정한 판결은 전제부터 틀렸다”며 1심 재판부의 판결 자체를 부정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권력의 압박에 합리를 잃은 재판 흑역사를 두고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서초동(법원)의 주인도 국민”이라고 사법부를 압박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지도부의 발언을 지켜봤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법부를 상대로 단일대오 스크럼을 짜는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질 조짐을 보이자 친명계 일각에서 과격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한 유튜브 방송과 인터뷰하며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며 “(비명계는)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거다”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홍위병 대장이냐”고 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야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의 ‘여의도 정치’ 행보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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