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의회행정 미숙·소송전 비화…의장 선출 해 넘길 듯
울산시민의 대의기관인 울산시의회는 반년간 수장조차 뽑지 못한채 식물기관으로 전락했다.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선출하는 일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의장 공백 사태를 조기 수습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재선거가 결정됐고, 이달 1일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 총회가 또 한 번 열렸다.
이번에는 이성룡 의원과 함께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기환 의원이 후보 신청을 했고, 19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10표를 얻은 이 의원이 다시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그런데 약 5개월 전과 같은 촌극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김 의원이 의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총회 결과에 아랑곳없이 후보 등록을 강행한 것이다.
중앙당은 김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지목하며 '징계 조치를 개시하라'고 주문했고, 울산시당은 윤리위원회 회부 등 징계 절차를 예고했다.
그러나 거세지는 시민 비판에 부담을 느낀 국민의힘은 두 의원 모두 후보를 사퇴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시의회는 후보 등록부터 관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진행 중인 회기 일정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연내 의장 선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를 놓고 '국민의힘 책임론'을 꼬집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 50대 시민은 "기초의회도 아닌 광역의회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치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시민으로서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18일 "시의원 자리다툼의 본질이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라는 소문도 있어 더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국민의힘과 울산시의회를 강력히 규탄하며, 울산시정의 주인은 몇몇 의원이 아니라 울산시민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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