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1월 국제 메탄 서약에 가입해 메탄 배출량을 줄일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메탄 발생량의 약 44%는 농업이 차지하며, 그중 절반 벼 재배 과정에서 배출된다.
논에 물을 가둬 벼를 키우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공기 중 산소가 땅속으로 퍼지지 못한다. 산소가 부족하면 논에 뿌린 볏짚이나 퇴비 등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논물관리다. 물이 없어 땅이 마르면 공기 중 산소가 땅속으로 퍼져나가 메탄 배출이 줄어든다. 논물관리를 하면 최대 66~72% 메탄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위성을 통한 논물관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벼농사 지역의 메탄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는 물론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를 만나 탄소 데이터 검증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홈쇼핑 PD 출신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밟은 뒤 이화여대 겸임교수로 7년 정도 융합전공을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다 뜻한 바가 있어 창업 전선에 나섰습니다. 제가 해온 연구는 대부분 사회 변화나 혁신에 테크놀로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있어 변화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주말농장을 하던 중 러쉬코리아의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재생 농업을 알게 되면서 농업이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환경 부문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농부들의 좋은 상품을 도시와 연결하면서 땅을 살리는 일이 기후 위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땡스카본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입니까.
“인간이 큰 탄소 흡수원인 땅을 갈아엎고 사용하다 보니 너무 많은 탄소가 대기 중에 나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땅을 강조해 땅스라는 이름으로 2020년 일종의 NGO처럼 캠페인을 만들며 시작했어요. 땡스카본은 이 땅스에서 온 것이긴 한데요. 카본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땅에 있는 탄소는 좋은 것이죠. 식물은 땅속 탄소를 통해 성장합니다. 우리가 그걸 갈아엎고 땅에 있는 탄소를 너무 많이 끌어낸 것이 잘못이죠. 식물 입장에서 고마운 탄소를 땅으로 돌려보내자, 이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땡스카본이라는 이름을 고안했습니다.”
메탄 감축 벼농사 아이디어가 신선한데요.
“처음에 여러 캠페인을 고안하면서 벼농사의 메탄 배출과 관련한 심각성을 알게 되었어요. 이산화탄소는 한 번 나오면 200년 동안 안정적 상태로 밖에 머물기 때문에 흡수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메탄은 빨리 없어지기에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메탄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의 농사에서 메탄 발생 비중이 가장 큰데, 국내에서도 메탄은 40% 이상이 벼농사에서 배출됩니다. 2022년 BC카드와 함께 메탄 감축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해남 농부들에게 메탄 감소 농법으로 전환해 벼를 생산하게 했습니다. 이 메탄 감축 농업을 온라인에서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참여하면 메탄 감축 벼(쿨미)를 보내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메탄 감축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죠.”
논물관리에 위성을 도입한 계기는요.
“국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가장 큰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논물관리입니다. 벼농사 기간 동안 물을 두 번 정도 빼내는 것이죠. 물이 있으면 메탄이 많이 나오는데, 물을 빼 논바닥을 말리면 산소가 들어가 메탄이 나오지 않습니다. 논물관리는 메탄 감축뿐 아니라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을 빼면 보조금과 탄소배출권을 주죠. 매일 영농 일지를 쓰고 사진을 찍는데 도 언제, 얼마나 물을 뺐는지 알 수 없었죠. 이행 증명 방법을 고민하다 처음에는 수심 센터를 만들었어요. 2023년에는 센서를 만들어봤는데, 논 면적이 넓으면 센서를 꽂고 회수하는 데 보조금이나 탄소배출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고요. 드론도 고민했는데, 비 올 때는 못 띄우는 단점이 있었고. 드론 회사 사장님의 추천으로 위성을 알아봤는데, 컨택이라는 회사가 물을 감지하는 레이더 위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해남에서 시범 사업을 하셨다고요.
“우선 처음 인연을 맺은 해남에서 2023년 위성데이터 접근 방법을 시도했어요. 이 시기 전남대 교수님들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해주셨고, 여러 과정을 거쳐 위성으로 검증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인 데다 위성데이터를 통해 물이 있고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위성과 함께 딥러닝 인공지능(AI) 방법으로 자동화해 물이 있고 없음을 자동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테스트했는데 AI 방법이 더 좋은 판별 성능을 보여줬어요. AI 담당이 우리 쪽 컨설턴트로 오셔서 CTO가 되었습니다. 탄소 산정·보고·검증(Measuring Reporting Verification, MRV) 기술 방법론을 가지고 위성데이터 솔루션인 헤임달을 만들었죠. 헤임달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리안, 만리안을 가진 신입니다.”
실제로 논물관리에서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요.
“예를 들어 4만2000ha를 본다고 하면 물이 빠진 곳과 덜 빠진 곳이 있을 수 있어요. 물을 실제로 뺀 것은 몇 ha고 물이 그대로 있는 것은 몇 ha다, 이렇게 면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죠. 그래서 몇 퍼센트 달성했다는 식으로요. 그리고 논과 논 사이에 도로 같은 것이나 논에 이랑이나 고랑 같은 곳은 제외해야 하고, 벼가 안 자라는 버려진 논(묵논)도 있어요. 그동안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불투명성 문제도 논란이 되었죠. 사실 자발적 탄소 크레디트의 많은 부분이 주로 자연 기반 솔루션이잖아요. 중국에서 많이 리젝된 부분도 논물관리가 포함된 것 같은데, 논 사이 도로나 고랑도 포함시켜 실제 벼가 자라는 부분은 작은데 그 외 부분까지 다 들어간 거죠. 우리 기술은 이런 부분도 트레킹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면적을 보기 때문에 투명성이 확보되고 생산량 예측도 더 정확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들었습니다.
“메콩델타 지역의 벼농사 규모가 큰 베트남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캄보디아도 300만ha로 벼농사 지역이 넓어 먼저 시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캄보디아 농촌사업부(GDA), 그리고 IUA라는 대학과 함께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캄보디아는 전국적으로 논물관리 사업을 실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습니다. 내년에 캄보디아에 5만ha를 하겠다는 것이 우리 목표고요. 방글라데시는 벼농사 지역이 무려 1000만ha입니다. 방글라데시도 12월부터 소규모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시아의 메탄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월드뱅크, GGGI , GCF와도 연계하고 있고요. 벼농사 규모가 큰 태국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필리핀도 어느 기관을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벼농사 지역은 어디든 적용할 수 있죠. 지방정부나 국가정부와 함께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벼농사 외에도 적용되는 곳이 있다면요.
“최근에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연결이 됐습니다. 산림이 180만ha 규모인 모잠비크는 MRV 측정을 하는 이슈가 있더라고요. 벌채나 전용을 막는 거죠.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REDD+)이 있습니다. 180만ha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규모인 만큼 사람이 돌아다닐 수 없어 위성으로 MRV를 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에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우린 벼농사에 최적화된 기술을 산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후 그린워싱을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올해 떼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자연자본과 관련한 리스크를 위성으로 감지하고, 또 산림이나 해양 등에서 뭔가 사업을 진행하면 그다음에 계속 모니터링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사업을 한 번만 진행하고 그냥 버려두면 그린워싱이 될 수 있잖아요. 자금을 들여 뭔가를 한 후 사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보니 그걸 우리 위성 기술로 끝까지 추적하고 변화를 봐주는 거죠. 떼르는 그런 부분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미국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FBI를 동원하는 등 배출권 시장을 정화하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맞아요. 자발적 탄소배출권이나 탄소 관련 이슈도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과도기라고 봐요.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검증해주는 베라나 골드 스탠다드 같은 곳에서도 위성을 어떻게 방법론으로 채택할 것인지 연구하면서 시범 사업을 진행할 기업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도 골드 스탠다드와 함께 시범 사업을 진행해보려고요. 그러다 보면 골드스탠다드에서 함께 검증하며 디지털 MRV를 이런 식으로 활용해야겠다, 위성을 통한 방법론은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혁신이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미 골드 스탠다드와 협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얼마 전 골드 스탠다드에서 산림 쪽 위성 프로토콜이 나왔습니다. 논물관리 쪽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땡스카본은 골드 스탠다드의 검증(clarification)하는 곳에 계속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고요. 모두 좋다고 검증해줬고, 그 방법대로 감축 사업을 진행했거든요. 이게 또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인증 기관이 인증을 해줘야 의미 있으니까요. 국내에서 국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환경 컨설팅 사업을 하는 에코아이라는 기업이 상장했는데, 600억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비즈니스가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벤치마크 기업이 있습니까.
“해외에도 우리처럼 위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위그로라는 미국 기업과 어그리나라는 유럽 기업이 있습니다. 위성으로 재생 농업을 관측해 탄소배출권을 검증해주는 모델이죠.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밭 중심이다 보니 벼농사 중심인 우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위그로라는 업체와 우리를 함께 불렀는데 ‘벼농사에서는 겨뤄볼 만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여성 리더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요.
“여성 리더로서 어려울 수도,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 테크에 여성 리더가 많이 없거든요. SK텔레콤에서 선정해주는 ESG코리아 프로그램에 기업이 많은데 10개 기업이면 다 남성이고 저만 여성이에요. LG소셜캠퍼스에서도 저만 여성이었고요. 투자를 받을 때도 ‘여자가 농업을 알아?’ 하는 시선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이는 젠더를 떠나 실력이나 설득 방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이라고 해서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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