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기자 간담회장. 현대차 최초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을 감쌌던 장막이 벗겨지자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콘셉트카 '세븐'과 유사하게 구현된 양산형 차량에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아이오닉9을 공개하며 발표한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아이오닉9은 루프라인에서 후면까지 연결되는 섬세한 라인이 대단한 차"라며 "다른 SUV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콘셉트카 세븐이 보여줬던 외관은 양산 차량에도 최대한 유사하게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콘셉트카에서 구현됐던 B필러를 없앤 코치도어는 양산 모델에선 경제성 때문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비 전무는 "(양산하면서) 외장은 90% 정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며 "내장은 콘셉트카에서 보여줬던 요소들을 모두 구현할 수는 없었고, 실내 공간 확보 정도 등을 고려해 50% 정도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 측면도 고려하면 양산형 모델로는 내·외장 모두 균형을 잘 맞춘 차"라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뿐 아니라 대형 SUV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 공략에 아이오닉9이 중요한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도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모델이다. 기아에 따르면 EV9의 1~10월 미국 판매량은 1만7911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1759대)보다 10배 이상 팔렸다.
로스비 전무는 "북미 시장이 메인 포인트이긴 하지만 한국과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차"라면서 "미국 소비자들 기준으로 아이오닉9은 그렇게 큰 차가 아닐뿐더러 실내 공간이 워낙 좋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국내, 유럽 시장에서도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MLV 프로젝트5팀 팀장은 "북미 시장을 가장 큰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도 요즘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 등이 늘어나 대형 전기 SUV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오닉9이 거기에 부합하는 차라고 생각하고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로스비 전무는 또 "E-GMP에 기반한 차량 중 휠베이스를 최대로 확대했고, 오버행과 리어행을 짧게 해서 프리미엄한 캐릭터를 부여했다"라며 "보트테일 형태의 SUV를 만들어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협업한 결과 고객 맞춤형 SUV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의 현대차 전기차 판매량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아이오닉9의 내년 초 미국 시장 출시는 앞으로의 현대차 전기차 판매 전략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상 처음 미국 내 전기차 연간 누적 판매량 10만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지 전기차 점유율은 10%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상 미국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현대차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현대차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무뇨스 COO는 "아이오닉9은 현대차가 (미국 내) 신규 세그먼트를 공략할 엄청난 기회"라며 "아이오닉9가 제공할 넓은 실내 공간, 폭넓은 활용성, 다양한 기술은 특히 가족과 같은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A(캘리포니아)=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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