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30)이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마치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이 테니스공을 주고받듯이 오케스트라와 첨예하게 호흡할 줄 알고, 어떤 부분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입니다.”
영국 출신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69)은 19일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 간담회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긴밀히 맞물려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인데 조성진은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2002~2018년), 런던 심포니(2017~2023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래틀은 베를린 필 시절부터 줄곧 내한공연을 치를 때마다 망설임 없이 조성진을 협연자로 선택해 왔다.
그가 다시 한번 조성진과 함께 한국 청중을 만난다. 20~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서다. 2018년 주빈 메타 지휘로 무대에 오른 지 6년 만이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한국(2회)을 시작으로 일본(6회) 대만(4회)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조성진을 단독 협연자로 결정했다. 래틀은 “조성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연주자”라며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1949년 창단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오이겐 요훔,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이 거쳐 간 독일 뮌헨의 명문 악단이다. 래틀은 “기교적으로 훌륭한 악단은 많지만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만큼 ‘시인’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오케스트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휘자가 머릿속에 그리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소리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이번 내한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20일),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21일)을 들려준다. 조성진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연주할 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든 곡인데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가 너무 훌륭하기에 스스로 힘들다는 걸 잊기도 했다”며 “연주가 끝나곤 정말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진이 빠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제가 준비한 건 그저 음악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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