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0일 11: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거시경제학의 창시자이자 현재 경제시스템의 근간을 만든 장본인. 최고의 명예를 얻은 경제학자와 공무원이자 성공한 주식투자자, 예술품 수집광, 극장 경영자까지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드러낸 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컸던 인물. 개인적으로 무척 부러운 캐릭터다. 케인즈는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그 중 필자가 유독 의미 있게 생각하는 문장이 있다.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코로나 19,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국제 분쟁 등의 거시적 이슈는 상업용 부동산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양상과 급격한 부침을 만들었다. 프롭테크(Proptech)라는 기술지향적 언어가 보수성이 강한 상업용 부동산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거대한 흐름이 부동산 업계에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자의 근본 기준인 수익률과 자산 가치가 조정을 받으면서 이러한 시도와 자리매김은 경제성의 잣대로 보다 엄격하게 분석됐고, 당초 희망적인 평가는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여기서 고민이 커진다. 상업용 부동산에 새로운 아이디어 접목과 여러 분야와의 융복합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십수년간 ‘관리(Management) 마인드’를 쌓아온 필자로서 근본 기준이 위협받으면 자연스레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케인즈의 말처럼 새로움을 추구하거나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하기에 앞서, 이전에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오래된 기준 같은 틀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드 전환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틀과 기준으로 바라보고 접목할 수 있는 ‘적절한 대상’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5호선 마곡역에 위치한 14만평 규모의 오피스·리테일 복합 프로젝트인 ‘원그로브(One Grove)’를 관리하고 있다. 규모로는 여의도의 파크원과 SIFC에 이어 국내 3번째이며, 9.5만평의 오피스, 2.7만평의 리테일, 1.8만평의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구성된다. 건물의 가로폭이 200미터, 세로폭이 150미터로 총 둘레 700미터의 직사각형 형태다. 그래서 옥상에 700미터의 트랙이 설치되어 있다. 건물명 ‘One Grove’가 의미하듯 건물 중앙에는 국제 규격 축구장 크기의 정원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4개동으로 구성된 오피스동 각 층당 전용면적은 1,250평으로 우리나라 건물 중 최대이며,. 3층~7층은 2개동씩 연결되어 있어 해당 층은 최대 2,500평까지 층당 전용면적을 구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원그로브의 규모와 특징을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기술를 도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원그로브만큼 최적의 상업용 부동산이 없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투입 원가 대비 효익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산출되는 많은 양의 데이터(Data)는 실증적인 비교·분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로봇 등 테크 활용도 훨씬 수월하다. 건물 내 물리적인 이동에 있어 가장 큰 허들은 수직 동선으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하는 이유다. 로봇 등 테크를 건물에 접목할 때 이러한 허들은 더욱 부각된다. 원그로브의 광활한 수평 동선은 이러한 허들을 해결하기에 최적이다.
자산관리자(Asset Manager)로서 시설·보안·미화·주차·편의시설(Amenity) 등 건물 운영체계에 있어 원그로브 만큼은 기존 관리 틀에만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그로브는 이를 위한 최적의 스펙과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술이 추구하는 사용자 편의 증대와 운영 효율성 및 경제성 제고 등은 원그로브가 월등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그로브에서 운용 효율성과 경제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라면, 다른 건물에서도 불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상업용 부동산을 단순히 임대사업으로 보면 비즈니스는 비교적 간단하다. 입지와 건물 스펙으로 임대료를 책정한 후, 경쟁 빌딩과의 가격 경쟁을 통해 임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 임대차는 결국 효과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것이며, 임대차 공간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이 부분은 오롯이 임차인의 판단과 결정에 따랐다. 하지만 이제는 임대인도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 여력을 키우며 이에 연동되는 부동산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행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자산관리자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이해해 건물 운용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원가, 운용 효율성 제고 효과, 예상되는 사용자 편의와 생산성 증대 영향을 측정하고 예측해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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