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만원 내면 프로포폴 10시간 '묻지마' 투약…32명 대거 적발

입력 2024-11-20 12:10   수정 2024-11-20 12:20


그저 돈만 내면 제한 없이 결제한 액수만큼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면서 7개월간 15억원 상당의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판매·투약한 의사 등 의원 관계자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 수사한 결과 A의원 관계자 8명, 프로포폴 중독자 24명 등 총 32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중 전직 의사 서모(64) 씨 등 7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프로포폴 등을 불법 투약한 중독자 등 24명은 불구속기소됐고 도주한 범행 총책 윤모(47) 씨는 기소 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 등 8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A의원에서 수면·환각을 목적으로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주사하는 방법으로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담실장 장모(28) 씨가 중독자들이 결제한 액수만큼 투약량을 결정하고,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들이 주사를 놨다. 이들은 결제한 만큼 무제한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했는데, 하루 최대 결제 대금이 무려 186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 24분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독자들이 요구하면 새벽 시간에도 의원 문을 열고 투약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 안에 '피부관리실'로 불리는 독립 공간을 만들어놓고 프로포폴을 투약할 침대, 냉장고, 주사기 등을 구비해놨다고도 검찰은 설명했다.

기존에는 중독자들이 여러 병의원에서 피부·성형 시술을 받는다는 핑계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왔으나 A의원은 아예 수면·환각 목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판매·투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 감시를 피하고자 의사, 사무장, 의료기관 개설자까지 가담했으며 중독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자금관리책 역할의 폭력조직원까지 상주시켰다.

특히 서 씨는 범행을 숨기려고 총책 윤 씨 등이 확보해 온 260명 명단을 토대로 이들에게 의료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총 873차례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유통은 의료 행위와 결합해 적발 자체가 어렵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전담 수사를 진행해 왔다.

A의원을 범행 현장으로 특정한 뒤 검찰은 10일 만에 상담실장 장 씨 등 4명을 검거하는 등 4개월간 총 32명을 적발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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