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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센터장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자산군과 지역에 따라 트럼프를 해석하는 시각도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는 자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 미국 이외의 지역은 관세에 대한 경계감으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연동해 미국 주식은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주식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초래할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에 주목하며 금리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달러 이외의 통화는 대부분 약세를 보인다. 달러 외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건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무래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과 분열’로 대변되는 트럼프 시대를 미리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로 인해 달러-원 환율 역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2016년 대선 이후의 미 달러 궤적을 감안한다면 내년 1월 트럼프의 공식 취임 전후까지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에 시달리며 추가로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트럼프가 취임 이전부터 강경한 이민 정책과 관세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위안화와 연계되는 원화의 약세 흐름이 강화될 소지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임기 때와 달리 보편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때문에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은 2018~2019년 중 미국과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던 경험이 있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5%를 밑도는 경제 성장과 낮은 물가 장기화로 중국 경제가 일본화할 거라는 의견이 나오는 시점에서 트럼프의 고 관세 부과는 중국 정부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과 고민을 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는 겉보기에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오는 수입을 줄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협상의 달인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역설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미국산 제품을 해외에 더 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작지 않다. 그러나 이것도 중국에 대해서는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철강이나 자동차 등은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과잉 공급 상태고, 그렇다고 대만이나 한국처럼 무기 구매를 중국에 강요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중국에 대한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건 원유, 가스 등 에너지가 될 듯하다. 만일 이 카드가 먹힌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도 골치 아프게 하는 러시아와 중동을 동시에 압박하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와 달리 체면을 중시하는 시진핑이 이 거래를 받아들일지다. 받아들이면 시진핑으로서는 일대일로(시진핑이 구상한 유라시아 경제협력 확대 구상) 등에 차질이 생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관세와 원유의 트레이드 오프가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닐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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