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논란과 관련해 "그렇게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태균, 김경수,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의 본질은 '누구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가 아니고, 당 대표 가족들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숨어서 대통령 부부와 중진들을 욕설로 비방하는 비열함과 비겁함에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은 "왜 당당하게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익명성 뒤에 숨어서 비열한 짓을 했는가가 비난의 요점"이라며 "그렇게 해서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태균, 김경수,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그걸 두둔하는 레밍들을 보면 참 측은하기도 하고 불쌍하고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며 "좀 당당하게 정치하자. 할 말은 당당하게 하고 숨어서 뒤에서 쑥덕거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이 트럼프 2기 준비라는 거대 담론은 제쳐두고 이게 무슨 짓들이냐"며 "조속히 사안 진상을 당원과 국민에게 보고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명 인증을 거쳐 이용하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게시자 이름이 '김**'처럼 성을 제외하고 익명 처리되지만, 최근 전산 오류로 '작성자명'을 검색할 때 실명이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검색한 뒤 나온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게시글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며 여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홍 시장을 비롯한 당내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은 한 대표의 해명을 촉구하며 연일 압박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 불필요한 혼란이 커지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한동훈 대표의 가족들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하루라도 빨리 당무감사를 해서 문제가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진짜로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된 건지 아닌지를 한 대표(스스로)가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반면 친한(親한동훈)계에서는 이미 시민단체 고발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누군가가 (논란이) 꺼질까 봐 계속 지금 연료를 갖다 때고 있다"고 했다.
친한계 좌장 격인 조경태 의원은 전날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가족이 만약에 했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 법률적인 문제가 되냐"며 "익명성이 보장된 사람들을 누군지 색출해내고 찾아내는 것 자체가 (익명 게시판)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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