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 쯔양도 못 버티는 데 우리가 어떻게 버팁니까"
불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 외식업 폐업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자영업이 크게 흔들렸던 코로나19 사태 때와 비교하면 30%가 더 늘었다. 통상 연말에 폐업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가 역대 최악의 겨울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111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27·박정원)마저 자신이 운영하던 음식점 2곳을 모두 접었다. 쯔양은 그간 분식집과 돈가스집을 각각 2021년과 2023년부터 운영해왔는데 지난 10월 폐업을 결정했다. 분식집은 3년, 돈가스집은 1년 반 만에 폐업한 셈인데 안내문을 통해 "최근 여러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기타 운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지금의 가격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공지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자영업 정말 힘들다. 유명한 쯔양도 못 버티는구나", "자본력 있는 쯔양도 망하는데, 이름 없는 조그만 가게 자영업자들은 뭘 먹고 살겠냐" 등 공감과 아쉬움의 반응이 쏟아졌다.
아직 11~12월 남았는데 폐업 '역대급'
한경닷컴이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전국 외식업 폐업 건수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8만4195곳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다. 사람들 주머니 사정에 민감한 외식업 경기가 흔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불경기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려준다.작년 전체 폐업 건수가 역대 최고치였는데, 올해는 더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10월 기준 1만 곳이 넘는 외식업체들이 폐업하면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통상 폐업 점포가 쏟아지는 것은 10월보다는 11~12월에 몰리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두 달 치까지 반영되면 또 한 차례 폐업 기록을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2014년 이후 연중 외식업 폐업이 가장 많았던 때는 예외 없이 12월이었다.
연도별로 그전까지는 많아야 6만5000건 안팎이었는데 작년부터 7만건을 넘어서면서 폐업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월평균으로 보면 2018년부터 월별 6000~7000곳 사이로 폐업이 발생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8000곳을 넘어섰고 올해는 월평균 8419곳이 폐업하면서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작년보다 1~10월 개업 점포 수도 4% 줄어든 가운데, 폐업만 늘고 있어 불경기가 극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간 국내 경제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국 대비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자영업 비중 축소를 반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전문 지식이나 사전 준비 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너무 많아 우려가 컸던 터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길거리에 내앉는 현실은 고금리에 내수 침체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고령층의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또 다른 한국 경제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그중에서도 50대 이상 비중이 15년 전 약 40%에서 최근 30%대로 낮아졌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외식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산업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아예 업종을 전환하거나 운영 방법을 파격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사실 별다른 대안이 안 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 복지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한국은 고성장기에 복지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어놓지 않아 노후 소득이 없는 은퇴층이 자영업으로 몰려갔다"며 "자영업 구조 자체로만 보면 최근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길거리에 앉은 은퇴층을 누가 먹여 살려야 하냐의 관점으로 보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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