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거래 물꼬 텄다" ‘레스큐 파이낸싱’ 등판하는 韓 큰손

입력 2024-11-20 16:42  

이 기사는 11월 20일 16: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부동산에 대출을 집행하는 ‘레스큐 파이낸싱(Rescue financing)’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지난 9월 3000억원 규모의 ‘메리츠글로벌스페셜시츄에이션 사모부동산투자신탁 1호’를 조성해 해외 부동산 인수 물건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첫 집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펀드는 해외 부동산 대출채권과 에쿼티에 모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목표 내부수익률(IRR)은 연 10%다. 외부 출자자(LP) 자금 유치 없이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내에서 자금을 받아 조성됐다. 메리츠금융 4개사가 합심해 만든 첫 펀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 물건이 아니라 직접 신규 딜소싱(투자처 발굴)을 통해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메리츠대체운용은 해외 부동산 대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부동산 대체투자 하우스다.

기관투자가들도 우량 해외 부동산 물건을 선별해 인수할 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보유한 프랑스 오피스 빌딩인 크리스탈 파크의 리파이낸싱(차환) 때 대출 400억원을 투자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연초에 임대차 계약을 12년 연장해 공실 우려가 적은 우량 자산이라는 판단에 레스큐 자금을 투입했다.

과거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물타기’ 투자에서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국내 투자자들은 메자닌(중순위) 대출이나 에쿼티에 투자한 물건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 선순위 대출을 사들여 자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투자가 많았다. 영국 런던의 ‘원 폴트리’ 건물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이 에쿼티 투자를 했다 물리자 대신에프앤아이가 선순위 대출을 인수해 자산 처분 등에 대한 권리를 가져간 사례다. 이외에도 공동 투자 기관들이 추가 출자를 실시한 경우도 많았다.

이제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현지에서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최악의 상황 땐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거래 자체가 끊긴 상황이었으나 점차 거래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 자문사 세빌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럽 부동산 거래 규모는 371억 유로(약 5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났다. 세빌스는 올해 유럽의 부동산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15% 증가한 약 1700억 유로(약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한국 투자자들이 투자했다 물려 있는 물건을 먼저 살펴보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활발하게 레스큐 파이낸싱이 이뤄지고 있어 우량 물건을 찾으려는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정보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접근이 쉬운 한국 투자자 물건을 선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기존의 크리스탈 파크 에쿼티 및 대출 투자자가 아닌데도 자금을 집행했던 이유다. 선순위 대출 금리 하락 조짐도 이들이 나서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선순위 대출 일변도를 보이던 기관들이 점차 에쿼티나 메자닌 대출에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선순위 대출만으로 기관 내부의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이 자기가 투자한 건물에 레스큐 캐피털을 넣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 물건을 찾고 있다”며 “이제부터 현지에서 부동산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조금씩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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