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황제로 불리는 e스포츠 전설 페이커(이상혁·사진)가 정부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담을 진정성 있게 전하며 청년들을 격려했다.
페이커는 20일 외교부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살면서 제일 떨리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항상 이겨야만 했고 남들과 비교해 항상 1등이 돼야 하는 게 프로의 세계다. 당연히 이기는 게 좋은 거고 지는 건 나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실패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고 더 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커는 연설 중간 긴장감에 가슴을 부여잡고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계속 연설을 이어갔다. 이날 페이커는 진정성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며 원고 없이 연설에 임했다.
2013년 프로로 데뷔한 이래 11년째 T1의 미드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데뷔 첫 해에 이어 2015년, 2016년 국제대회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내리 우승했다. 이후 7~8년간 공백이 생겼으나 지난해 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페이커는 이 공백기를 언급하며 "(당시) 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실패한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느꼈다. 실패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실패가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원고 없이 연설에 나선 데 대해 특유의 유머 감각을 더해 설명했다. 그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건 작은 성공이겠다고 생각해서 도전정신을 많이 배운 것 같다"며 "청년분들도 (도전) 정신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어 "제가 가진 열정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줬던 것 같고 그 열정은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승패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된다며 "내가 항상 간직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됐으면 성공이고 준비 열심히 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페이커는 이날 특히 '겸손'을 강조하며 "요즘 혐오와 차별을 봤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게 본인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 없는 건데 어떻게 맞다고 단언하는지 안타깝다"며 "본인이 가진 게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열정을 갖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이커는 e스포츠 사상 최초로 롤드컵 5회 우승을 기록했으며 국내 리그 LCK도 10회 우승하는 전설적 기록을 세웠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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