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를 ‘무역 차르(무역 총괄)’에 임명하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통상분야에서는 라이트하이저를 중심으로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한 진용이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그가 상무장관 자리에 깜짝 발탁되면서 통상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USTR의 위상은 축소되고, 상무부가 차기 정부의 대 세계 관세전쟁을 주도하는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내정하면서 USTR 관할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무역협정을 담당하는 USTR은 1962년 설립 이래 백악관 직속 조직으로 상무부와 별개로 운영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설명대로라면 USTR은 앞으로 상무부 관할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FTA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등 무관세 혹은 저관세를 약속한 기존 협정을 뒤흔드는 모든 관세정책을 상무장관 책임 하에 둔다는 뜻이다.
미·중갈등을 계기로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권한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중국의 기술발전을 견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반도체법(칩스법)과 인공지능(AI) 행정명령, 양자컴퓨터와 반도체 등에 관한 수출통제 제도는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현 바이든 정부에서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의 위상에 비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다만 USTR 대표를 따로 두지 않는지, USTR이 상무부 관할이 되는 게 아니라 보고만 하게 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각각 인수팀 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러트닉은 이날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고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직원을 잃은 그가 흐느끼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됐고 아직도 그를 이 당시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호재단을 설립해 모인 기부금과 자신의 사비로 희생자 유족들에게 1억8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후 회사 재건에도 성공해 2000명 수준이던 직원 수를 1만3000명까지 늘렸다.
WSJ에 따르면 뉴욕주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수십년 동안 알고 지냈다.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를 위한 모금 운동을 펼쳤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내정자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와 달리 러트닉 내정자는 상원 인준을 큰 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가 현재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자리에는 피터 나바로 전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보 당국의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제공하는 이 브리핑은 지난 5일 미 대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1년 1월 퇴임후 기밀자료를 반출해 자택에 보관한 혐의로 작년 형사기소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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