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의 자신감…"中에 관세 매기면 560조 번다"

입력 2024-11-20 16:45   수정 2024-11-20 16: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차기 미국 상무부 장관 자리에 하워드 러트닉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63·사진)을 내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트닉 내정자가)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 것이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추가적인 직접 책임도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를 ‘무역 차르(무역 총괄)’에 임명하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통상분야에서는 라이트하이저를 중심으로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한 진용이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그가 상무장관 자리에 깜짝 발탁되면서 통상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USTR의 위상은 축소되고, 상무부가 차기 정부의 대 세계 관세전쟁을 주도하는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관세로 중국에서 4000억불 받을 것”
러트닉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등을 지지하며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무역협상의 협상 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에는 관세를 부과하고, 안 만드는 물건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CNBC 인터뷰)”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달에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 사람들(미국인)에게 세금을 매길 게 아니라 (관세로)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중국에 관세를 매기면 4000억달러(약 560조원)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내정하면서 USTR 관할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무역협정을 담당하는 USTR은 1962년 설립 이래 백악관 직속 조직으로 상무부와 별개로 운영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설명대로라면 USTR은 앞으로 상무부 관할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FTA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등 무관세 혹은 저관세를 약속한 기존 협정을 뒤흔드는 모든 관세정책을 상무장관 책임 하에 둔다는 뜻이다.

미·중갈등을 계기로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권한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중국의 기술발전을 견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반도체법(칩스법)과 인공지능(AI) 행정명령, 양자컴퓨터와 반도체 등에 관한 수출통제 제도는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현 바이든 정부에서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의 위상에 비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다만 USTR 대표를 따로 두지 않는지, USTR이 상무부 관할이 되는 게 아니라 보고만 하게 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각각 인수팀 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9·11테러 딛고 일어난 월가의 유태인
러트닉 내정자는 월가의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다. 1983년 이 회사에 입사해 29세 때인 1991년부터 30년 넘게 CEO로 일하고 있다. 주로 미 국채 거래로 부를 일궜다.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회사를 재건한 것으로 유명하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당시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타워의 북쪽건물 101~105층에 본사를 두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그 아래를 들이받으면서 658명이 사망했다. 뉴욕에서 사망한 2753명 중 4분의 1 가량이 이 회사 직원이었다.

러트닉은 이날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고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직원을 잃은 그가 흐느끼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됐고 아직도 그를 이 당시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호재단을 설립해 모인 기부금과 자신의 사비로 희생자 유족들에게 1억8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후 회사 재건에도 성공해 2000명 수준이던 직원 수를 1만3000명까지 늘렸다.

WSJ에 따르면 뉴욕주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수십년 동안 알고 지냈다.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를 위한 모금 운동을 펼쳤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내정자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와 달리 러트닉 내정자는 상원 인준을 큰 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무장관 후보엔 해거티·워시·로완 거론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는 상무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러트닉과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그룹 CEO 등 기존 재무장관 후보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두 사람 모두 후보에서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을 검토하는 중이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가 현재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자리에는 피터 나바로 전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보 당국의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제공하는 이 브리핑은 지난 5일 미 대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1년 1월 퇴임후 기밀자료를 반출해 자택에 보관한 혐의로 작년 형사기소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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