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연말 조직개편에서 보험상품감독국을 8년 만에 부활시킨다. 반면 그동안 새 회계기준(IFRS17) 관련 감독 업무를 총괄한 보험리스크관리국은 해체돼 각기 다른 부서로 쪼개진다. IFRS17 시행 초기 혼란이 여전한 가운데 금감원의 감독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말 부서장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에 나선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보험 부문에서 보험리스크관리국을 해체하고 보험상품감독국을 신설하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2016년 보험상품감독국을 보험감리실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험상품 감독방식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감리 위주로 전환해 업계 자율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수차례 조직개편을 거치며 금감원의 보험상품 부서는 보험상품제도팀(보험감독국), 보험상품감리팀(보험리스크관리국), 보장상품팀(상품심사판매분석국) 등으로 쪼개졌다.
당초 취지와 달리 보험업계에선 “금감원 부서마다 상품에 대한 의견이 달라 업무 대응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른바 부서 간 ‘칸막이 문제’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감독국을 신설해 상품 관련 팀을 한곳으로 모으면 감독 업무의 효율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IFRS17과 지급여력(K-ICS) 제도 관련 업무를 총괄한 보험리스크관리국은 해체된다. 금감원은 IFRS17 제도 도입을 위해 2017년 보험리스크제도실을 신설하고 지난해 말에는 국으로 격상시켰다. 리스크관리국은 올해 보험업계를 뒤흔든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과 단기납 종신보험 등 굵직한 이슈를 도맡았다.
보험업계와 회계업계에선 리스크관리국 해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IFRS17이 도입된지 2년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앞으로 IFRS17 관련 업무를 보험계리팀이 총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개 국이 하던 업무를 1개 팀이 맡으면 금감원의 대응 역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IFRS17 연착륙을 위해 남아 있는 과제가 많은데 지금 시점에 조직을 해체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리스크관리국이 해체돼도 관련 업무를 각기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혼란이 적을 것이란 입장이다. 앞으로 IFRS17 관련 업무는 보험상품감독국의 보험계리팀이 맡고, K-ICS 제도는 보험감독국에서 담당할 방침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IFRS17와 K-ICS는 사실상 일원화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금감원 내에서 서로 다른 부서가 담당했을 때 정책 엇박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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