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가 지난 16일 롯데를 저격하는 6분37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롯데의 차입금이 39조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 정도여서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요지다. 신 회장의 경영 능력, 최근 인수합병(M&A) 사례 등을 거론하며 롯데가 주력 사업에서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도 했다. 또 일부 경제 전문가의 견해라며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공중분해된 당시 재계 2위 대우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기까지였다면 한 유튜버의 ‘오버’쯤으로 여겼을 수 있겠다. 그런데 주말 사이 영상 내용을 요약해 재생산한 듯한 속칭 지라시가 카카오톡으로 급속히 퍼졌다. 내용은 더 극단적이다. ‘12월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e커머스 롯데온, 수조원대 적자’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계열사 간 은행권 연대보증 치명타’ 등과 같은 문구가 열거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롯데로 인한 금융시장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모두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18일 증시가 열리자 롯데케미칼(-10.2%), 롯데지주(-6.6%), 롯데쇼핑(-6.6%) 등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롯데지주 등 3개사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유로운 의견 표현의 범주를 넘어선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포가 시장 교란을 초래하고, 기업과 선량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롯데가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유통·식품·화학·호텔(면세 포함) 등 4대 사업군 중 화학 부문에서 올해 83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반면 자산 효율화, 점포 리뉴얼 등으로 바닥을 친 유통 부문과 K푸드 열풍을 탄 식품 부문은 각각 4000억~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언비어성 지라시 하나에 주력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신사업 고도화를 통해 롯데의 체력과 미래 경쟁력을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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