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폐지안을 논의한다. 단말기유통법은 스마트폰 시장에 불이 붙던 2010년대 초반 생겨났다. 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망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고객 유치 및 제품 판매에 혈안이 됐던 시기다. 하지만 일부 정보력이 강한 이용자에게 보조금이 집중돼 ‘호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자 신규 가입, 번호이동, 기기 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해 주는 게 불가능해졌다. 도입 취지와 달리 단말기유통법이 통신시장의 경쟁을 막고 할인 폭을 줄이는 부작용을 불러오면서 정부와 여야 모두 법안 폐지에 뜻을 모은 상황이다.
다만 단말기유통법 폐지 이후 정책에 대해선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다르다. 여야는 각각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단말기유통법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해 공시지원금 제도를 없애고, 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하는 내용 등은 동일하다. 단말기 구입 비용과 통신서비스 이용 요금을 구분해 고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야당 안에 포함된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이다. 통신사가 가입 유형, 요금제, 거주 지역·나이·신체적 조건 등의 이유로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이 조항의 핵심이다. 업계에선 이 내용이 유지될 경우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타깃 고객군에 보조금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통신사가 마케팅 예산을 늘리겠냐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는 소비자 이익을 위해 지원금 지급 기준과 규모를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기고 있다”며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이 유지되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여부에 대한 여야 입장도 다르다. 여당 안은 제조업체별 장려금 규모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반면 야당 안은 업체별 장려금 규모를 구분해 제출해야 한다.
이 내용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당시 도입됐다가 2017년 일몰로 없어졌다. 일몰 당시 통신사와 제조사의 공시지원금 분담 금액을 공개하는 분리공시제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국내 지원금 규모가 알려지면 해외 시장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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