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당선됐는데 ESG는 끝나지 않았습니까?”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을 철회하고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책 기조는 오히려 변동성 확대를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2기가 시작되는 2025년 ESG 투자를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재생에너지 관련 현실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정권과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2017~2020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60GW로 2016년 말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풍력발전용량은 연평균 9.8% 늘어나며 현 바이든 정부의 성장률 6.9%를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공급 단가의 급격한 감소다. 2015년 태양광(65$/MWh)과 풍력발전(55$/MWh)의 LCOE는 가스복합화력발전(64$/MWh)보다 높았으나 2020년에는 각각 37$/MWh, 40$/MWh로 가스복합화력발전(59$/MWh)을 크게 밑돌았다. 재생에너지의 기술혁신으로 인한 비용 절감은 전력 가격 인하에 기여하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유럽연합(EU) 시장 대응과 주주관계 관리를 위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수요와 괴리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본격화되는 미국의 청정경쟁법(CCA)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탄소 배출이 높은 12개 수입품목에 대해 톤당 55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2030년까지 9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정경쟁법이 트럼프 집권기에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기후정책보다 관세 성격이 강하다.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민주·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정경쟁법은 기업의 재무보고 방식을 변화시키고 저탄소 기업의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보고해야 하며 이는 기업 경쟁력 평가의 새로운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철강·정유·화학산업에서 저탄소 공정 도입 기업들은 수입 경쟁사 대비 5~10%의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 재선이 ESG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 ESG 투자의 본질이 정치적 이념이 아닌 경제적 실익에 있다는 점이 시간이 지나면서 입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23년 3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ESG 용어 사용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ESG 펀드 규모는 50% 증가했고 신규 펀드의 80%가 ESG 관련 상품이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청정경쟁법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다.
정권교체로 인한 단기 변동성은 오히려 장기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
2024 상반기 ESG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KB증권의 ESG 리서치팀은 김준섭 팀장을 필두로 정혜정 수석연구원, 정예선 연구원, 차성원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정예팀이다. 특히 AI와 웹크롤링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전통적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더욱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 것이 호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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