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잇달아 이주를 결심하고 있다.
21일 외신 더 랩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엘런 드제너러스는 동성 아내 포셔 드 로시와 함께 미국을 떠나 영국의 시골 마을로 이주했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에 있던 주택을 매각하고 현재 영국의 코츠월드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앞서 엘런 드제너러스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19년간 진행해 온 '엘런 쇼'를 종료했다. 이후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지난 7월 사실상 연예계 은퇴를 암시했다. 그러다 최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아 영국행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엘런에 앞서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미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잡지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낙담했다"며 "트럼프가 공약을 이행한다면 미국은 무서운 곳이 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롱고리아는 텍사스 출신으로 연예계 활동을 하며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해 왔다. 그는 "나는 특권을 누려 미국을 탈출해 어딘가로 갔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다"면서 "그들은 디스토피아 국가에 갇혀있을 것이고, 나는 그들을 생각하며 걱정과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올롤라이시에서 미국인들을 겨냥한 이주 홍보 웹사이트를 개설해 화제가 됐다. 1유로(약 1470원)에 집을 주겠다면서 방문과 계약 및 행정절차 등 필요한 단계마다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프란체스코 콜룸부 올롤라이시 시장은 "하루 만에 이주 희망자들로부터 3만여건의 문의가 들어왔고 15만6000명 이상이 웹사이트를 방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뒤 미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 직후 '해외 이주' 검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유망한 이주 대상 국가를 추천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특히 부유층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주 고려가 늘면서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시민권을 주는 투자 이민인 '골든 비자'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는 대선이 실시된 주간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한 미국인의 골든 비자 문의가 전주보다 40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아턴 캐피탈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 평소보다 5배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
이러한 엑소더스 조짐은 온라인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머스크의 'X(구 트위터)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엑스오더스('엑스'와 '엑소더스'의 합성어)'로 번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에게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를 맡기자 X 탈퇴 계정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X를 떠난 이들은 유사한 플랫폼인 '블루스카이'로 옮겨가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블루스카이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였던 잭 도시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달 말 약 1300만명이었던 가입자는 이달 들어 700만명이 증가했다.
대선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팝 가수 리조, 코미디언 그렉 데이비스,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 벤 스틸러, 패튼 오스월트 등이 블루스카이에 합류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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